언론의 사회적인 책임이 다시금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지난 6월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일이 있었죠. 당시 연합뉴스의 취재로 시작됐었던 이 논란은 결국 정통부가 해당 자료를 공개한 교수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격화되는가 싶더니 곧 관심의 초점에서 사라졌습니다.

언론 역시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보도에만 열을 올렸고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한 연구자의 자존심만 버리게 한 사건으로 남아 있죠. 당시 이 연구를 진행했던 연세대학교 김덕원 교수와의 이야기를 아래에 옮겨봅니다. (사실 이 일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습니다. 김 교수가 제게 원문 메일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이 부분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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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김덕원 교수의 휴대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어제자로 주요 언론에서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도한 데 이어 전파연구소와 정보통신부가 김 교수의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접 김덕원 교수를 만나 실제로 이루어진 실험의 내용과 논문의 핵심 내용, 그간의 정황에 대한 김 교수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기자를 만나자 첫 마디로 “정부에서 이럴 수가 있냐. 어느 자료에도 유해하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한 것은 없고 청소년 그룹에서 유의하게 땀분비가 증가하였는데 그 원인은 교감신경이 흥분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 것이다. 정통부가 국내 학자가 휴대전화 전자파 관련 자원자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권위 있는 잡지에 논문을 게재하게 되었는데, 격려는 해주지 못할망정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배포하면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청소년 층에 생긴 피부저항변화 (자료: 연세대 의대)


Q. 최초 이 문제가 제기된 계기는 무엇인가?


해당 논문은 “Effects of RF Exposure of Teenagers and Adults by CDMA Cellular Phones”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인 Bioelectromagnetics에 지난 3월 투고한 것으로 게재가 확정된 논문이다. 국내 언론사의 한 기자가 인터넷에서 이를 보고 내용이 궁금하다고 문의를 해와 자료를 보내주었다.


▲ 논문 중 청소년 층의 실험에 대한 유의성 (자료: 김덕원 교수)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GSM방식의 휴대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자료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CDMA방식의 휴대폰의 전자파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최초로 연구를 시작했다.


Q. 논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연구 결과를 Bioelectromagnetics에 투고했는데 그쪽에서 좀 더 상세한 통계자료를 요구해와 청소년과 성인 각각 21명(남 23명, 여 19명)을 대상으로 방출되는 전자파에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거짓말탐지기에서 사용되는 호흡, 맥박, 혈압, 땀분비 측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행했다. 전자파에 15분 노출된 청소년은 손바닥의 땀이 늘어 20% 가량 피부저항력이 감소했으며 30분 노출된 경우에는 30%의 피부저항력이 준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층이 성인들에 비해 휴대폰 전자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 김 교수의 실험에 사용된 장비들 (자료: 연세대 의대)


Q. 그것이 유해하다는 의미인가?


나는 한 번도 유해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데 왜 이렇게 왜곡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논문 어디에도 해롭다는 표현은 쓴 적이 없다. 이번 실험의 결론은 청소년 층의 피부저항이 감소하는 유의성이 발견되었다는 것이고 논문에도 적혀 있듯이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서 검증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인데 언론에서 이를 마치 내가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 김 교수의 논문의 결론 부분 (자료:김덕원 교수)


Q. 정부 측에서 공식적으로 반박을 하고 나섰는데...


정부가 대기업의 대변인인가? 학자가 열심히 연구를 해서 발표한 논문을 이렇게 매도해서 되겠는지 모르겠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반박 자료까지 만들어서 마치 내가 예전에는 휴대폰 전자파가 영향이 없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영향이 있다고 말을 바꾼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과거 연구도 지금과 같은 내용이며 앞서 말한 것처럼 통계적인 검증을 위해 실험을 추가한 것일 뿐 내용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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