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자의에 의해서건 혹은 타의에 의해서건 꼭 가보고 싶었던 길을 걷지 못 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대부분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잊고 사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은 그길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은 특히나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치일 때면 불쑥 머리를 강하게 치고 지나가곤 한다.

그래서 '아, 전에 그길을 갔더라면 지금 이렇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정말 생각지도 않게 그길을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면 그 감격이란 참 대단한 것이다. 물론 그길이 언제나 쭉쭉 뻗어있는 신작로가 아닌 그리고 아제까지 살아온 삶의 어떤 모습보다도 힘든 여정임을 잘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몇 번인가를 돌고 돌아 다시 여기 섰다. 막상 서 보니 두려움도 생긴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던 일이 현실이 되니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란 이렇게 간사하다. 늘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을 바라고 희망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곤 한다.

이제 다시 그길에 서서 나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본다. '돌아만 갈 수 있다면...'이리고 늘 바라기만 했던 그 여정의 출발점에 이제 나 홀로 서 있다. 오래 전 묻어두었던 길인지라 어디부터가 길의 시작이고 가장자리인지 보이지도 않고 이정표조차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쓰러져 있는 이길에 단지 내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서게 됐다.

이제 흔한 문구를 인용하며 걸어나가는 수밖에


"운명아 비켜라 용기 있게 내가 간다!" -니체


Nikon D300, AF NIkkor 35mm f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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