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농원(www.sanghafarm.co.kr)은 매일유업이 투자에 참여한 곳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한 번쯤을 들어봤을 상하목장 제품들을 생산하는 곳이다. 전북 고창에 자리잡고 있는데 고창 안에서도 제법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이곳의 명칭에 대해서는 상하농원, 상하목장, 상하농장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상하농원 공식 홈페이지에는 상하농원으로 매일유업의 페이지로 들어가면 상하목장(http://sanghafarm.maeil.com/)으로 되어 있어 다소 헷갈릴 수도 있지만 '상하'라는 지명을 사용한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면 되지 싶다. 상하농원의 주소는 지명 그대로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이다.

농원 내부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편이다. 개방되지 않은 시설들을 생각하면 좀 더 클 수 있지만 삼양목장처럼 대규모 목장이라기보다는 생산시설과 음식점,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동선이 한정적이어서 꼼꼼하게 돌아보고 식사를 하더라도 3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지 싶다. 건물들이 뭔가 예스러운 느낌이 있고 구역별로 잘 정리되어 있고 방목되고 있는 동물들도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기에 좋은 곳이다.

이제 제법 걷는 것이 익숙해진 하람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궁금한 시기인지라 보는 것마다 만져보려고 안간힘이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깨닫고 그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생각이 부부의 공통된 생각인지라 어디를 가게 되더라도 아이가 자기 발로 걸어서 돌아다녀보도록 하는 편인데 이곳은 그런 여건이 잘 되어 있다.

한창 자랄 시기인지라 먹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녀석이다. 인터넷을 보면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가기에 꽤나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하람이 데리고 다니면서 아직까지 큰 일(?)은 없었다. 물론 요즘 들어 소리지르는 일이 부쩍 늘어서 커피숍 같은 곳에서 소리를 지를 양이면 얼른 안고 나오지만 식당 같은 곳은 아이가 관심을 가질 것들이 많고 무엇보다 먹을 것이 있어서인지 제법 얌전한 편이다.

 

글을 읽을리는 당연히 없지만 그림이 관심을 끌었나보다. 세상의 정보들을 엄청난 속도로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의 머리는 얼마나 부하가 많이 걸릴까 싶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진 안내판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이런 사소한 부분에 대한 배려를 찾기가 어려운 편이다. 유아나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 동물원이나 테마파크 등에 가도 주관람층을 위한 눈높이 안내보다는 보호자를 위한 안내판(많은 부분이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간)이 많은 것이 보통이니 말이다.

목장의 동물들은 사실 하람이 정도의 시선보다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대부분 내려다봐야 하는 모양새인데 밖에 나가면 가능하면 무릎을 굽히고 아이의 시선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직접 보려고 노력한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작고 아담한 동네길도 한없이 크고 넓게만 느껴졌으니 말이다. 이 조그만 아이에게 세상은 엄청나게 크고 많은 소리들이 들리고 그럴텐데 어른의 시각이나 생각으로 아이의 느낌을 방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참 오랜만에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이제까지 내 블로그의 모든 사진은 SLR이나 DSLR을 이용해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런 습관아닌 습관이 있다보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카메라 자체를 만질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었다. 이번 글도  DSLR로 찍은 사진들만 올리다보니 사진의 양이 꽤나 적은 편이다. 이제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과도 적당한 타협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디를 가든 나 혼자 이동할 기회는 예전에 비하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줄었고 거의 대부분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기 때문이다.

 

 

 

Nikon D700, AF 35mm f/2.0

 

무정. 한자로 '無情'이다. 뜻풀이를 보자면 '남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음.' 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른 표현을 빌려보자면 '삭막'이라는 단어가 이 '무정'과 일맥상통한다.

요즘의 우리네 삶이 정이 없고 삭막해진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디지털'이 미친 영향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편리'를 위해 끝을 모르고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뾰족함에 아날로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이리저리 찟기고 있는 모습이다. 집 밖으로 나가 몇 걸음만 걸으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 속의 세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더 이상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스스로 세상과 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누구도 스마트폰 속에 빠져들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거북목이 되어 거리를 떠 돈다. 디지털이라는 거창해보이는 단어에 빠진 유령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화일 뿐이지'라며 가볍게 넘겨버린 데몰리션맨의 세계가 현실 속에서 벌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그런 세상이 바로 눈 앞의 현실로 펼쳐져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스캔한 필름들을 뒤적여본다. 한 장 한 장 마운트 되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아날로그 세상을 형광등에 비춰본다. 내개 남은 얼마되지 않는 슬라이드들은 그렇게 방 한 구석에서 먼지에 덮여 가고 있지만 난 이것들을 버릴 생각은 없다. 고장난 턴테이블 위에 낡은 LP판을 올려보는 어리석음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름의 한복판으로 시계바늘이 움직인다. 가만히 있어도 등 뒤로 땀이 흐르는 계절이다. 

여름이니 어쩌겠어? 라고 생각하는 외에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어제 서점에서 한참을 들여다본 실존주의 몇몇 문장이 여전히 두통을 불러오는 밤이다.

담배를 끊은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엄밀하게 말하면 연초를 끊은 것이지만...

2014년 여름은 이렇게 흘러간다.


Nikon F5, 135mm f/2 DC, Soft filter, LS-40



일상으로 한 걸음 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다가 예전부터 내게 익숙한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게 가장 익숙한 일이라면 역시나 글을 쓰는 일, 사진을 찍는 일 그리고 운전을 하는 일인데 일단은 글과 사진을 다시 추스려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사실 과분한 카메라를 2대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먼지만 쌓이게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라 어디 장터에라도 내놓으면 좋은 값을 받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내게는 장식품 정도의 역할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꽤나 미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어디를 가야 비로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예전에는 '출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었다. 특히나 디지털이 일반화되기 이전의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남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어서 어쩐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요즘은 카메라 둘러메고 다니는 것(오히려 SLR은 촌스러워 보일 지경이다)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숫기없는 내게는 꽤나 좋아진 시절이다.

테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라는 구호(?)도 있듯이 일단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면 무언가 세상이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한 가지 늘 잊는 것이 있는데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만큼 세상 역시 나를 다르게 본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것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 위주의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래서는 일방적인 사진만 나올 뿐이다. 참 깨닫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모델 사진을 찍어도 모델과 눈이 맞았을 때 찍은 사진이 좀 더 실감이 나듯이 일상의 소소함을 찍을 때도 그 일상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들을 잡아보자라고 생각하면 좀 더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늘 염두에 두고 싶은 생각이다.

아무튼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그런 일상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Nikon F5, AF Nikkor 24-85mm F2.8-4D, Ilford Delta 400,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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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마음이 평안하기를

세상의 힘겨움과 유혹과 번잡함과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갈 수 있기를

삶이라는 건 어쩌면 행복한 날들보다 힘겨운 날들이 더 많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오감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큰 행복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이제 우리 비록 다른 길에 서서 다시 마주할 수 없는 길을 걷겠지만

함께 한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서 그래도 행복했었던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기억들만 온전히 남아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미약하나마 힘이 되어 주기를

그래서 언젠가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

그래도 다행이었어 라며

작은 미소 띄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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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던 눈이 멈추고 제법 강하게 불던 바람도 멈추고나니 제법 하늘이 쨍하니 좋은 느낌이다.

3월말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3월이라는 계절이 늘 그렇듯이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어정쩡한 시절이다.

주변을 걷다보면 참 일상의 사소함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딜 가나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차들과 전봇대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광고 전단지들...

사람사는 곳이 어딘들 다르겠냐 싶다. 이렇게들 모여 살고 그안에 희로애락이 춤춘다.

아무 곳에서나 발길을 멈추고 사각의 공간에 이미지를 담아도 그냥 우리네 삶이 된다.

Nikon D700, Ai Micro Nikkor 55mm F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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