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는데는 아무래도 강사와 교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강사의 수업을 듣고 어떤 책을 보느냐에 따라 외국어 실력은 정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할 때 강사와 교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해당 외국어의 원어민일 것, 그리고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강사나 저자는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당 외국어를 표준으로 구사하면서 마찬가지로 우리말을 그 정도로 구사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책 한 권을 소개해본다. 책 제목은 "일본어 필수 표현 무작정 따라하기"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어 공부에 있어서 무작정 따라하기만한 책을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강사 겸 저자인 후지이 아사리라는 인물의 특이함때문인데 그녀에 대한 소개글을 잠시 보도록 하자

일본인이면서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언어학 박사과정에 입학하기까지 했다. 한국어의 구조와 언어학을 이론적으로 학습해오며 한국어와 일본어가 어떻게 다른지 연구해왔고, 웬만한 서울대 학생보다 한국어 맞춤법을 더 잘 안다. 또 국문과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일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 왔기 때문에 한국어와 일본어의 관계에 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이다

글만 봐서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직접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우리말 표현에 있어 정확하고 체계적이다. 외국인이다보니 그녀가 배운 우리말은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그야말로 표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본어 실력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했다. 일본어와 우리말을 모두 상당 수준 구사할 뿐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접근하기 힘든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국문학 석사를 받았다. 외부로 드러난 스펙(?)에 연연할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강사는 사실 흔하지가 않다.


그리고 위 사진의 아래에 깔려 있는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그동안 독학으로 어렵고 복잡한 교재들로 일본어를 공부해온 내게는 정말 눈과 귀와 입이 확 뚤리는 계기가 된 대단한 책이었다. (이 말이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직접 후지이 선생의 수업을 들어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 바로 지금 살펴보는 '일본어 필수 표현 무작정 따라하기'다. '990문장만 알면 말이 통한다.'는 광고 카피가 보이는데 '이런 카피야 어느 책에나 있는 것 아냐?'라고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 후지이 선생의 책으로 상당히 도움을 받은 나로서는 그냥 믿을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아마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로 공부해온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다.

책의 크기는 188x128mm이다. 서평에 왜 책의 크기를 적느냐면 이책은 휴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에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의 회화책 한 권정도는 가방에 넣어가듯이 이책 역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든 필요한 상황에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 책을 보며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 외국인으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고 실제로 내가 겪어본 일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총4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마당마다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상황에 맞는 공부를 하거나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다. 이 구성이 간단한 것 역시 장점인데 수 많은 상황들을 줄줄이 늘어 놓아 독자가 제대로 공부도 하기 전에 질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첫째마당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 

둘째마당 여러 가지 상황에서 쓰는 표현

셋째마당 일본을 여행할 때 쓰는 표현

넷째마당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

후지이 선생은 듣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사인데 이책의 활용법 역시 듣기부터 시작한다. 책 말미에 CD부록이 있는데 책에서 다루고 있는 표현들을 담아두고 있다. "먼저 소리를 듣고 나서 책을 보면서 확인하고 다시 듣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공부 방법"이라고 그녀는 늘 강조하는데 이책 역시 같은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 아마 이전에 무작정 따라하기 수업을 들었거나 책을 공부한 독자라면 왜 그녀가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이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각 장에 실려있는 내용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 막연하게 실제로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상황들로 가득 차 있는 다른 회화 서적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점이다. 처음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공부할 때에는 '이거 책이 너무 가벼운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했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로 책을 구성하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실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어 표현이 생각나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나를 보면서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반말로 배우는 일본어라는데 대한 거부감이 처음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초급 과정을 마쳤다면 이책으로 일상에서 반복 학습을 하며 표현들을 익히는 것이 좋다. 별도의 사전이 필요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좌우면 대칭으로 왼쪽에는 일어 오른쪽에는 우리말을 배치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공부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공부하고자 하는 장의 발음을 먼저 듣고 따라해본다. 그 다음에 글자를 보고 익힌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오른쪽의 우리말 번역을 보고 그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바꾸어본다. 그렇게 하나의 단원이 끝나면 회화 지문을 보고 어떤 식으로 위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지 적용해보면 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 기존의 후지이 선생의 수업을 듣고 그 방식에 익숙해진 분이라면 좀 더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말 이책에 써 있는 말들을 무조건 따른다는 생각으로 부딪혀보기 바란다.

어지간해서는 외국어 공부에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워낙 후지이 선생의 강의 방식이나 교재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너무 칭찬 일색으로 글을 쓴 것 같아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막연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일어 공부를 한번 해보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속는 셈치고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로 이책을 구입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기초가 전혀 없는 독자라면 가장 초보적인 교재인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를 먼저 학습하기를 권한다. 정말 듣기만 해도 말이 나온다. 내가 본 몇 안 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내지가 조금 두껍고 광택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게가 좀 나간다. 실용성이라는 면을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차라리 가벼운 종이를 써서 좀 더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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