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시기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3포니 5포니 해서 이 땅의 남녀가 결혼은 그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로 생각하게 된 요즘. 다른 이유없이 오직 서로에 대한 마음만으로 한 가정을 만들게 됐다. 어려서부터 내 꿈이랄까.. 항상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던 것은 내 가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세파에 시달리는 동안 절실하게 느껴왔다.

그리고 지금 길 위에서 만나 길을 함께 걷던 이와 남은 생을 또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우리 둘을 이어지게 해 준 곳이 이 블로그이고 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된 장소에서 우리 둘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서로의 마음 속에서 그려 본다.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요즘의 풍조지만 우리 둘에게는 그저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의 시작이자 끝은 '나눔'이 아닐까. 도란도란 두 사람만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세상살이야 다 고만고만한 것 아닐까.

우리는 서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가까이 있어주었다. 이거면 된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힘들 때 그리고 가장 기쁠 때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된다. 삶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일도 아니고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이 충실되게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세상과 맞서 나가면 되는 것. 

그녀를 알게된 지 햇수로 4년이 되었고 연애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되었고 앞으로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수 많은 만남들 속에서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마주 보게 되고 그리고 같은 풍경을 바라 보게 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우리는 길에서 처음 마주쳤죠.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답니다. 걸음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소중한 기억입니다. 서로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같은 목적을 가진 만남이기 때문이죠.. 내가 언제부터 그대를 내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여러 번의 걸음과 마주침 속에서 천천히 내 마음에 젖어들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어울리지 싶습니다.

천천히 마음에 새겨지는 인연은 어느날 갑자기 마주치는 인연보다 여운이 큰 것 같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인연도 물론 좋겠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이어진 인연이라면 그 깊이가 더 깊지 않을까요. 아직 어색하고 왠지 쑥스럽고 마주 보면 어디로 눈을 두어야할지 모르는 우리지만... 그대라는 이유로...나라는 이유로 시작된 인연이기에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떤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죠. 그렇게 해 나가자고 이야기했죠. 그 안에서 다른 모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해 나가고 있지요. 그것이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는 동안 당신에게서 내게로 그리고 내게서 당신에게로 전해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인연의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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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시 알고 지내던 아가씨가 자기는 10년마다 자기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더군요. 10년이라는 세월을 잘 살아준 자신에게 주는 기특함에 대한 선물이라고요. 그때 그말을 듣고 참 저도 그 아가씨가 기특하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진도를 더 나아가볼까 했지만 워낙에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연애나 그 이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기에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요...)

아무튼 저도 2014년을 맞아 저에게 뭔가 하나 주고 싶어졌습니다. 지난 해는 참 개인적으로 버거웠던 그리고 어쩌면 제 인생에게 뚝 떼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힘든 해였고 온전히 저 혼자 버텨나가야했던 해였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뭐를 제게 줄까 생각하다가 우연치않게 이 녀석을 들이게됐습니다. 워낙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라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솔로로 지내면서 딱히 전화를 쓸 일이 없어 휴대폰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봅니다.

사실 사람이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려동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조금은 쓸쓸한 일입니다. 애정을 둘 대상이 사람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그러질 못 하고 다른 '대상'에 의미를 주는 것이니까요. 사람에 의한 어떤 상처가 있건 그 상처는 특정 사람으로 인한 것이지 또 다른 사람에 의한 것은 아니기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지요.

말은 그렇지만 저도 그것을 잘 극복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신뢰나 사랑 같은 내 감정을 온통 쏟아부은 경우에 후유증이 오래 가나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불편한 기억은 그 기억에만 한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억을 일반화해서 세상과 적대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겨울도 중반에 접어들고 있고 주변의 일들도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그런 요즘입니다. 모두들 올 한 해 사람에게서 행복과 의미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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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진 폴더를 뒤적이다보면 미처 지우지 못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사진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조금은 소심한 일이겠지만 이별을 하고 나면 그 사람과의 기억이 담긴 사진은 모두 삭제를 하는데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대개 사진을 많이 찍는 데다가 여기저기 백업본을 만들어두다보면 온전히 지우지 않고 남아있는 폴더가 어디선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지우지만 장소가 남아있는 사진은 한동안 들여다본다. 사람은 잊을 수 있지만 장소는 잊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우리의 기억이란 특정한 장소에 남겨진다. 그리고 그 장소에 남아있는 기억 속의 우리는 10년 전이건 20년 전이건 혹은 다른 어떤 시기건 그때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세월이 지나 백발이 되어 그 장소를 다시 찾더라도 그곳의 우리는 10대의 혹은 20대의 젊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곳을 찾은 우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남겨진 기억 속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추억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이미지들이 주는 평온함이나 행복감이 아닐까 싶다. 이제 세월이 지나 떠나간 이의 손을 잡을 수도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지만 함께 걷던 길을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를 오늘도 여전히 걷거나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연인의 경우만이 아니라 가족 혹은 반려동물과의 기억도 다르지 않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 장소가 반드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무의식 중에도 특정한 장소를 피해 돌아가곤 하는데 이것 역시 장소가 우리에게 남겨둔 기억 때문이다. 사람은 떠났지만 그 장소에는 여전히 우리의 모습이 남아있으니까... 그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어떤 장소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좋은 것이길 바란다. 

사람이 기억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되새기지 않고 어떤 장소나 어떤 사물에 의지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어쩌면 그만큼 각별한 마음이 희미해져간다는 의미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따져가며 추억을 되새길 일은 아니지 않을까? 우연이건 혹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건 그래도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가 이전의 행복했던 모습을 떠 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너무 복잡하게 너무 어렵게 혹은 너무 이성적으로 살 일은 아니다. 삶이란 그리 길지 않고 그 삶 속에서 만나는 많은 인연들과의 기억은 나라는 사람의 삶 자체기 때문이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디건 자신에게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를 한 번 찾아가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과거에 연연하고 미련을 못 버리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과 마주해보는 일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느 새 올 한 해도 달력 마지막 장만 남기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세월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곱씹어보지 않아도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인지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또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돌아보면 매 해마다 겪는 일들이 새롭다. 전에는 겪을 수 없었던 아니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일들이 내게 직접 일어난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이 새로움들이라는 것이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이미 겪은 일일 수도 있는 것. 결국 우리네 삶이란 대개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며 서로 엮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겨울을 좋아하고 겨울에 어디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올해는 예전처럼 그렇게 자주 밖으로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아직 혼자 잠드는 것이 걱정스러운 어머니때문이다. 올해는 내게 '가족'이라는 단어를 가슴 시리게 새겨주었다. 그리고 '삶', '생명'이라는 단어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해 주었다.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이 짧은 삶 속에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라는 것. 부귀영화를 좇으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정말 봄날 눈녹듯 사라져버리는 허상 자체다. 인간으로서 세상에 태어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이제는 더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 앞에 서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고 하찮기 그지 없다.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큰 교훈 중의 하나인데 요즘은 돌아다니지를 않으니 예전 사진첩을 꺼내어 들춰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지금 다시 보면 그 때 찍었던 느낌과 생각과는 또 다른 느낌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사진에 반영되는 이미지는 셔터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감정과 당시의 마음상태가 고스란히 찍혀 나오지만 과거의 그 감상을 현재에 극복할 수 있다면 같은 사진으로 두 장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과 여행, 이 두 가지가 정말 축복된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무튼 정신없이 분주하던 한 해의 큰 일들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나의 일을 찾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요즘이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듯히 사람과 일의 인연도 전혀 생각지도 않게 마주치는 인연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과 만나게 되는 날. 다시 카메라를 들고 겨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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