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듯한 옷가지들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과 그 위로 또 걸려 있는 간판들과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을 듯한 아직은 앙상한 겨울의 색이 남아 있는 나무들

거리의 사소함들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조화를 이루려는 듯 펼쳐지고 있었다.

길은 멀리서 나를 오라 하는데 아직은 봄을 맞기 어색한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행여나 봄의 향기라도 맡아볼까 까치발을 하고 코를 내밀어 본다.

D700, AF Nikkor 35mm f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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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동을 찾다. 내게는 본적지이기도 하지만 번지를 찾아가본 적은 없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도 아닐테니 말이다. 예전의 인사동과 지금의 인사동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구식의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상업적인 냄새가 날이 갈 수록 더 진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쉬운 일이다.

내게 있어 인사동은 여러 기억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좋은 기억도 혹은 아쉬웠던 기억도 모두 담겨 있다. 만남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다.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가 인사동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감정이랄까...

그래서인지 여간해서는 이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았다.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감정 또한 나 스스로 감내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지 싶다. 

그렇게 찾아간 인사동은 내 복잡한 심사와는 관계없이 분주하다. 그안에도 사람들의 숫자만큼의 인생사가 담겨 있고 그 인생들만큼의 희로애락이 드러난 듯 혹은 감춰진 듯 짙은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을 걷는 그저 한 사람의 관객이자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초봄의 인사동은 내게 다가왔다가 지나갔다.

D700, AF Nikkor 35mm f2D


오래 전 인사동은 그래도 걷는 동안 마음이 제법 차분해지는 거리였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현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조금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도 서울 시내에 비록 많은 이들로 북적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아스티아의 색감은 참 독특하다. 후지필름에 무척이나 감사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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