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시절의 이야기인데 딱 이맘때 쯤이다. 폴더를 보니 4월 27일이다. 사진에 한창 빠져 정신이 없을 시절. 노출이니 구도니 하는 사진의 기본 이론(사실 당시까지 내가 아는 사진 이론은 초등학교 사진반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지만 당연히 기억날리가 없다)은 하나도 모르고 여기저기 몰려 다니며 일단 찍고 보자는 생각뿐이었던 것같다. 

당시 필름값을 생각하면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저 사진을 찍는 게 재미있었던 시절이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친구를 모셔와(?) 남자 셋 여자 하나 그렇게 어수선하게 보냈던 어느날..지금 돌아보니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아무튼...어렵게 어렵게 출사(당시로 보면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를 나가 뭔가 찍어 보려고 말 그대로 발버둥을 쳤던 것 같은데 지금 와 돌아보면 쓴웃음이 나오는 사진들이 참 많기도 많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사진을 제법 많이 지웠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도 많다. 

사진 이론을 좀 더 많이 알았으면..(그러니까 배경은 어떻게 하고 심도는 어떻게 주고.. 아웃포커싱이 어떻고..공간감이 살면 어쩌고저쩌고...) 사진이 좀 더 좋았을까?

그렇지는 않다. 당시의 어설픔이 오히려 추억이 되고 그래서 그 사진을 보면 그때 그 순간에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떠올림은 어설프고 실수가 많을 수록 재밌는 것이고 그 재미가 세월이 지난 후에 사진을 돌아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보니 내 경우도 사진 자체에 대한 만족도보다는 그 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과 막상 사진을 찍는 순간들에 대한 만족 혹은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이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 사진을 너무 쉽게 찍고 지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노출이니 공간감이니 선예도니..다이내믹레인지니..특히나 스냅 작가들에게서는 그런 이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진에는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기술과 장비는 갈 수록 진보하는데 좋은 사진은 시간이 갈 수록 적어지는 것은 쉬운 사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생각하기 보다 일단 셔터버튼을 누르고 LCD창으로 이미지 자체를 보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사진을 찍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고 찍은 사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래 전에 찍은 도무지 이론적으로는 영 아니올시다인 사진들이 내게는 더 만족감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진찍기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때다.


'사진 이야기 >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12) 2012.06.28
기다림은 대상을 의미하지 않아도 좋다  (0) 2012.04.12
여유 혹은 무관심에 대하여  (0) 2012.03.26
연인, 2011년 여름  (0) 2011.06.06
소통  (2) 2011.03.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내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진집과 동영상은 물론이고 각종 전문 서적까지 구할 수 있는만큼 구해서 보고 읽어 나갔고 지금도 여전하다. 마치 스토킹을 하듯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작가들을 따라다녔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처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멋진 사진들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만 벌써 수십 년은 된 듯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이 모두 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내가 특히 눈을 떼지 못하는 분야는 바로 사람이다. 물론 인물만을 전문적으로 찍어 온 유수한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유난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인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많은 문화가 드러나고 그 많은 문화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같은 것이라는 것을 사진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인물 사진 한 컷을 통해 인간의 오욕칠정을 모두 다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다. 한 장에 이미지 안에 드러난 삶에 대한 욕망과 좌절, 희망과 절망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내가 스냅촬영을 좋아하는 것도 다분히 이런 면을 담아내고 싶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형적인 모델 촬영은 영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 한 장에 인간의 감정을 담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마치 신이 된 듯한 자세로 피사체가 된 사람의 모든 것을 읽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많은 사진 작가들이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이 되는 사람과 혹은 사람들과 제법 오랜 시간을 같이 생활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마당에 타인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이고 작가들의 고충은 계속되는 것이다.

아무튼 사진의 많은 영역 중에 인물 사진은 가장 접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고 제대로 찍기 어려운 영역이 아닌가 한다. 특히 그냥 봐서 좋은 사진이 아닌 감정을 읽어내고 그 속에 나 스스로를 몰입시킬 수 있는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평생에 걸쳐도 몇 컷 건지기 힘든 일이라 생각된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이 참 평범해진 요즘이지만 그만큼 좋은 사진의 수는 갈 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