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란 묘한 것이어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어지간해서는 긍정보다 부정의 감정이 크게 작용하지만 막상 그 관계가 끝나고 나면 부정보다는 긍정의 감정이 크게 작용한다. 사람과의 관계건 혹은 사물과의 관계건 그래서 그 관계가 끝난 후에 자신의 실수나 더 잘 하지 못 했던 것들에 대한 회한의 감정이 종종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가 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후의 보상심리일 뿐이다. 다시 만난다면 혹은 다시 그것을 갖게 된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과 스스로에 대한 약속은 이미 끝이 나 버린 관계에 대해 자신의 '탓'이 아님을 그래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자신에게 납득시키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도 몇 번인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생각이 다다른 곳은 '다시' 만나거나 '다시' 갖게 되더라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적어도 그 '대상'이 같다면 행동이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마음과 다짐으로 새로운 이를 만나거나 새로운 것을 들이는 것이 더 낫다. 

관계가 깨진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는 이유' 이외의 수도 없이 많은 '알지 못 하는 이유들' 때문이다. 그 알지 못 하는 이유들은 끝끝내 해소될 수 없기에 '되돌림'은 오히려 서로에게 남겨진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할 뿐이다.

다시 되돌이키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나'를 버릴 때다. 내가 상대에게 혹은 어떤 사물에 완전히 몰입되어 내 존재가 사라질 지경에 이른다면 그땐 비로소 과거의 어떤 오류나 엇갈림도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에 귀의한다거나 어떤 신념에 스스로를 버리는 경우가 드문 예일 뿐..


Nikon D300, AF-S 35mm f/1.8G



온라인이 일상 생활이 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한편에서 보면 온라인을 통해 좀 더 많은 그리고 적극적인 인간관계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 보면 오히려 이전의 아나로그 시대보다 더 각박해진 면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같다. 아나로그 시대에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일단 해결을 하려면 만나야 했었으니 서로간에 해묵은 감정이나 좋은 감정들도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었다. 즉 오해를 만들만한 소지는 그만큼 적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온라인 시대 특히 요즘같이 메신저나 블로그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만 그만큼 사람을 잊기도 쉬워졌다. 얼굴을 마주하고 무언가를 논의하기보다는 메신저 상에 보이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평면 문자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고 익명성을 기반으로한 게시판의 글들은 아예 상대방의 인격을 배제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는 즉흥적이고 또 일방적이다. 누군가와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 싶으면 메신저에서 삭제해버리고 차단해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정리가 된다. 애초부터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오늘날의 우리네의 모습은 메신저에 보이는 이모티콘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나를 차단해버린 줄도 모른다. 행여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나 역시 그 사람의 아이디를 내 메신저에서 지워버리며 그만이다.

만나서 할 이야기도 이렇게 메신저나 이메일이 대체해버리고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또 다른 자아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보니 과연 인간성이라는 것을 언급할 가치조차 있을까 싶기도 하다. 차라리 주먹다짐을 하더라도 오해를 풀고 '관계'를 잃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냥 오해를 해소할 여지도 없이 차단을 해버리는 것이 나은 것일까?

온라인의 장점은 분명 상당히 크고 대단하지만 그 부작용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러다가 미래의 인간의 모습은 긴 손가락과 큰 눈만 가진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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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좋은생각의 메일진에 재미있는 만화 한 편이 실려있더군요. 좋은 상사란 어떤 상사일까요? 비단 직장 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건 선임이나 윗사람을 잘 만나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자 활력소가 됩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정말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좋은 상사와 그렇지 않은 상사가 자기에게 있는지를 파악하는 법은 상당히 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 드는 마음이 긍정적이면 좋은 상사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인 것이죠. 상사때문에 직장을 다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윗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가 직장 생활에 있어서 큰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됩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진나라 예양의 고사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제 경우는 그런 상사를 만나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군 시절 정말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던 중대장님을 떠올리는 정도가 전부군요. 사회에 나온 이후에 그런 상사를 만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이 가장 기본인데 말이죠. 대신 제 목숨을 줄 수도 있겠다 싶은 여자를 만났던 것은 그나마 다행일까요? 오래 전 이야기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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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고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의사소통이 아닌가 한다. 가만히 보면 인간사의 모든 문제들은 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류의 역사를 조금만 뒤젹여 봐도 이런 실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굳이 역사까지를 언급하지 않더라고 사람과 사람간에 주고 받는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아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연인 관계가 그렇고 가족 관계가 그렇고 사회 생활을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직장 생활이 또 그렇다. 상대방은 A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것을 A`로 듣는데서 오해가 발생하는데 오해가 발생했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그것이 발생한 원인을 서로 진단하고 차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야함에도 실제 일상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의 말을 잘못 들은 나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잘못 들은 사실을 쉽게 진실이라도 믿어버리는 것이 사람의 한 속성이니 말이다. 차라리 성을 내면서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냐"고 다그치는 상대방은 오히려 나은 쪽에 속한다. 서로의 잘못된 점을 풀어갈 여지라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난감한 상황은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방이 그냥 무시해버리는 경우다. 내 생각을 전달했는데 아예 그에 대한 대꾸조차 없는 경우는 한쪽의 일방적인 오해로 치달을 위험성이 크다. 인터넷에서 흔한 말이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고 하지 않던가.

애초에 의미없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장난을 친 경우야 상대방이 대꾸가 없어도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있지만 내 딴에는 정성을 다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을 받은 이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이런 관계는 도무지 유지될 수 없는 관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나중에 이런저런 변명을 하더라도 이런 관계는 이미 신뢰가 깨져버렸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돌이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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