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 J. 제이콥스 저/이수정 역
살림출판사 | 2011년 07월



일단 책 제목이 독특했다. 이런 제목이면 한 번쯤 겉장을 넘겨 보게 된다. 책의 뒷표지와 띠지에 적힌 내용들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간처럼 호기심이 강한 동물이 없는데 그런 면에서 이책은 제법 제목을 잘 정했다싶다. 

이책은 총 9가지의 작가의 실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온라인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남장여자 혹은 여장남자 행세는 제법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만한다. 그리고 일상을 아웃소싱하는 실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바라는 일이 아닐까? 획기적으로 정직해보기 편은 조금 어색한 감이 있다. 정직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스타로 살아보기 편은 꽤나 흥미있는 주제였다. 만약 내가 장동건이나 원빈이 되어 하루를 살아본다면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하루에 느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모든 편견과 오류 몰아내기 편은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아마도 주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진행한 내용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누드모델 되기 편은 굳이 실험이라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별 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이어지는 조지 워싱턴의 원칙대로 살아보기나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편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도 한 번쯤 해볼만한 실험이지 싶다. 

무엇보다 이책에 실린 내용들이 실제로 필자가 실천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자극이 된다. 우리는 많은 경우 '~했으면'이라고 생각만 하거나 공상을 하곤 하는데 그런 상상과 공상들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일은 드물다. 필자의 여러 실험 중 내 입에 맞는 치약 찾기는 당장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실험이지만 아마도 이런저런 핑계로(이 순간의 나 역시도)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지 싶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그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에 대해 과연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봤는지 되묻고 싶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하니까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방식과 그 틀에 자신을 맞추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그런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했고 단지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자신이 경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주제나 내용이야 어쨌건 그와 같은 실천에 많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이책을 읽는 내내 '과연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나 스스로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부록은 제법 신선하다. 본문에서 필자가 직접 사용했던 조지 워싱턴의 110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책들이 본문에만 이러저러하다고 적어 놓고 정작 독자들이 그 방법 혹은 출처를 찾아볼 기회를 주지 않는데 이책에는 당장이라도 바로 실천에 옮겨볼 수 있는 원칙을 적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필자가 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도 나만의 110가지 원칙 실천법을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뭐랄까.. 끝내 아쉬운 것은 작가의 주관이 너무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온전히 작가의 창의적인 실험만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여러 실험들에 좀 더 객관성을 부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험 자체에 대한 내용 외에 별로 필요치 않은 사족들도 곳곳에서 눈에 보여 아쉬웠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의 주관일 뿐이다. 필자가 실험한 9가지 외에도 우리는 더 많은 창의적인 실험을 할 수 있다. 이책은 그런 실험을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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