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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마음에 많이 와 닿는 글이라 한 번 적어 봤습니다.

사람사의 많은 문제들이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어떤 식으로 그 관계를 풀어가야할지

참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생각해볼만한 글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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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 먹은 다음 가장 먼저 장만한 것이 필기구였습니다. 특히 만년필은 초등학교 때부터 손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번에는 남은 평생을 쓸 3자루의 펜을 장만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장만했던 것이 이전에 잠시 소개한 비스콘티였는데 이 펜은 동생의 생일선물로 보내주었죠. 그동안 동생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준 적이 없는 데다가 사회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녀석이니 고급펜 하나는 있어야 겠다 싶어서 보내주었죠.

제가 구상하고 있는 3자루의 펜은 검정 잉크를 담은 주 필기용 펜과 청색 잉크를 담은 펜 그리고 아주 얇은 글씨를 쓸 수 있는 정리용 세필펜 이렇게 3자루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잉크는 청색 계열인데 이렇게 보면 사실 두 자루 모두가 주력펜이 되는 셈이죠. 아무튼 전에도 한 번 적었던 것 같은데 어떤 물건(이건 조금 더 넓게 해석하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을 구입할 때는 그 방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을 장만하는 것이 소위 수업료를 가장 덜 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한참 사진에 빠져 있을 때 뼈저리게 겪은 부분이기도 하죠.   




제가 가지고 있는 필통(?)인 펜파우치입니다. 비교적 흔한 몽블랑의 시에나 3구 파우치인데 딱 3자루의 펜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을 어떤 펜들로 채울까 고민을 제법 오래했죠. 만년필은 제조사의 특색에 따라 닙이라고 불리는 펜끝이 강성이나 연성이냐로 일단 구분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강성이란 닙이 잘 휘지 않는 강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고 연성이란 마치 붓처럼 사용자가 자유롭게 압력을 주어 글의 굵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펜입니다. 물론 강성펜도 굵기 조절은 가능합니다. ^^ 저는 강성펜이 제  필기 스타일에 가장 맞는데 그런 면에서는 워터맨과 오로라 제품이 가장 적절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파우치를 열어 보면 2자루의 펜이 들어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몽블랑 P145입니다. 연성촉인 몽블랑이지만 이 녀석은 EF촉이고 그 중에서도 상당히 까칠한 펜인지라 지금도 길들이는데 꽤나 애를 먹는 녀석입니다. 검정이나 블루블랙을 주로 사용하고 있죠. 오른쪽에 보이는 펜은 저렇게 봐서는 뭔지 짐작도 안 가는 펜입니다.





이렇게 꺼내 놓으면 조금 구별이 되려나요? 흔히 소개글로 자주 보이는 리틀 에드슨이나 요트 모양의 우아한 자태..는 사실 그다지 느낌이 오지 않는 펜으로 워터맨의 까렌입니다. 까렌의 특징은 나중에 다시 포스팅을 하겠지만 촉이 잘 마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행기로 이동을 할 때 잉크를 담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펜이기도 하고 공부를 하다보면 펜을 멈추는 시간이 제법 많은데 다른 펜들이 그 사이에 펜촉의 잉크가 말라버리는 것에 반해 까렌은 제 테스트로는 20분은 가볍게 버텨줍니다. 심각한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제격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가격만으로 보면 까렌이 145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인지도는 아무래도 145가 높죠. 대신 까렌은 까렌으로 145는 몽블랑으로 인식되는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2자루를 구비하는데도 제법 많은 시간과 비용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가 남았는데 위에도 적었듯이 세필이 가능한 아주 얇은 펜이 마지막으로 들여놓을 펜이죠. 위의 두 펜 모두 촉은 EF 즉 Extra Fine으로 얇은 편이지만 제가 원하는 얇은 정도는 정말 얇은 하이테크 포인트 정도의 펜이어야 합니다. 그 대상은 그러다보니 자연히 일본산 만년필로 정해졌고 아마 세일러의 펜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다만 고민은 세일러의 라인업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 정도가 남아 있는 셈이죠.

세일러 펜 역시 상위 라인으로 올라가면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이미 2개의 펜(동생 선물로 준 것까지 합하면 3자루)을 장만하느라 허리가 휠 대로 휜 상태라 아마 다음 달 월급날이 지나야 마지막 녀석을 들여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어쨌건 만년필을 장만할 때도 애초에 한방(?)을 크게 저질러 버리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물론 145가 몽블랑 라인업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기종이고 몽블랑의 진가는 149다라던가 리틀 에드슨이 아니라 진짜 에드슨을 써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 혹은 워터맨의 정점에 있는 세레니떼의 필기감을 느껴보라는 등의 주변의 충동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집가가 아닌 실사용가로서 제가 가진 두 자루만 해도 과분할 지경이니 그런 유혹들은 그저 달나라의 토끼 방아소리만큼이나 유혹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확신은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나약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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