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혼자서 어디를 가지 못 하는 아니 잘 가려하지 않는 게으른 속성을 가지고 있는 탓에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많은 곳을 다니지는 못 했다. 그렇지만 2009년 겨울 아마 이 계절을 시작으로 제법 많은 곳들을 다녔는데 평소 지명조차 낯선 곳들도 많았고 이름만 들어본 곳들도 많았다.

통영은 서울에서 가자면 꽤나 먼 여정인데 차를 몰고 직접 내려가 보니 참 와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무언가 사람 냄새가 많이 풍기는 곳이었다. 물론 상업적인 냄새도 곳곳에 숨어 지나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사전에 무엇을 보고 싶다는 것을 정하고 가면 알찬 여행이 될만한 장소다.

이날의 하늘은 어찌나 맑았는지 말 그대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조금은 쌀쌀한 기운도 없진 않았지만 남쪽 지방이어서인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지 싶다.

Nikon D300, AF-S 17-55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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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퇴근. 잠실에서 88도로를 타고 목동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180도 정도되는 코너를 돌아야 하는데 평소와 같이(아니 어쩌면 진입 속도가 조금 높았을지도 모르겠다)코너에 진입한 순간 ABS가 심하게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 여기서 왠 ABS?'하는 순간 오버스티어가 나버렸고 바로 왼쪽 부분이 가드레일에 긇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튕겨버렸다. 결국 차량 우측 전면부가 오른쪽 가드레일과 부딪혀버렸는데 1차선이 약간 넘을까 말까한 코너에서 오버스티어가 난 후 반대 방향으로의 충격을 막기란 솔직히 무리였다.

베테랑 드라이버라면 급브레이킹에 이은 전륜 접지력의 회복과 급가속으로 어떻게 빠져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1초도 안 걸리는 그 상황에서는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과 같은 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급작스러운 1차 충격에 당황을 하다보니 2차 충격에 대한 예측이나 이론적인 지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하체의 보강 작업 덕분인지는 몰라도 두 번의 크고 작은 충격에도 버텨주었고 집에 돌아와서야 타이어가 주저 않는 제법 위험한 상황을 겪고 말았다. 사고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정말 절실하게 느꼈는데 익숙한 코너라 해서 방심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자차를 들지 않아 결국 제법 수리비가 나왔는데 휠과 타이어값이 전체 수리비의 반이 넘는 것을 보니 튜닝이라는 것이 이래저래 진입 비용이나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순정이었다면 바로 사업소에서 갈 수도 있는 부품들이 내가 따로 샾에 연락을 해서 물건을 수배하고 그것을 다시 받아 조립을 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니 말이다.

교과서적인 오버스티어라면 후륜이 날아가서 회전하는 형태가 되었겠지만 전륜이 먼저 가드레일과 충돌할 경우에는 2차로 반대 방향으로 차가 튕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셈이 됐다. 그나마 뒤에 다른 차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달까..


운전을 하다 보면 간혹 앞 차 운전자가 가끔씩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을 보게 된다. 어딘가 목적지를 찾기 위해 네비게이션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만 일단 정해주면 알아서 안내를 해 주니 굳이 화면을 볼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교차로나 길이 애매한 구간에서는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해보지 않으면 정확한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운전 중에 네비게이션 조작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속도가 제법 올라 있는 상황에서 네비게이션 조작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네비게이션을 조작할 때는 차의 속도를 줄인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데다가 네비게이션 조작까지 하면 금세 거북이 운행을 하게 되고 성격 급한 뒤차 운전자들은 경음기를 울리기 마련이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요즘 네비게이션들은 성능이 너무 좋아졌다. 예전에는 순수한 길 안내 기능만 있었지만 최신 네비게이션들은 마치 개인용 컴퓨터라도 차에 설치한 것처럼 막강한 성능으로 경쟁하고 있다. 특히 길 안내는 기본이고 DMB나 포토뷰어 기능, 동영상 재상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래방 기능까지 내장한 올인원 네비게이션들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외양면에서도 유리창에 거치대를 이용해 붙이던 것에서 요즘은 아예 센터페시아를 들어내고 마치 순정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매립형 네비게이션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 중에 어떤 것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요즘에는 해당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그 제품을 이미 사용 중인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네비게이션 구입 시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어느 회사의 지도를 사용하느냐이다. 본체의 기능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자칫 자신에게 영 어울리지 않는 지도에 실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지도는 아이나비와 맵피다. 실제적으로도 가장 대중적인 지도이고 기술력 또한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다. 지도를 정했다면 하드웨어를 선택하면 된다. 보통의 전자제품 구입 방법과는 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 네비게이션에 있어서 지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까닭이다.

아이나비 사용자라면 사실 선택의 폭은 크지 않다. 아이나비에서 자체적으로 하드웨어까지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고르고 싶다면 다음의 아이나비 전용 사용자 모임(http://cafe.daum.net/naviinside)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맵피 사용자라면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은 편인데 만약 자신의 자동차 제조사가 현대라면 현대 순정품에 비교적 무난한 현대오토넷 사용자 모임(http://cafe.naver.com/hautonet)을 방문해보면 좋을 듯 하다. 둘 다 마음에 딱히 안 든다면? 네이버의 네비게이션 전문 카페(http://cafe.naver.com/carmessenger.cafe)를 방문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어볼 수도 있다.

네비게이션은 운전자가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 제법 유용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능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다 보면 자연히 눈이나 손이 전방과 스티어링휠이 아닌 네비게이션으로 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뜩이나 정체 구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아예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방송 중인 DMB를 넋을 잃고 보는 운전자들도 있는 데 운전 중의 부주의는 운전자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한 보고서는 미국 내 차량사고의 80%가 운전자가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라고 보고한 바 있고, 전 세계 약 50여 개국이 운전 중 휴대폰 통화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운전 중 휴대폰 통화보다 위험한 것이 운전 중에 네비게이션을 조작하거나 DMB를 시청하는 일이다. 최근의 네비게이션의 추세가 BMW의 HUD시스템처럼 변화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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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 특히 자동차 튜닝을 하는 사람들이 요즘 제법 많다.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것일 뿐이지만 직접 차에 손을 대는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많다. 나 역시 아주 초보적인 튜닝을 한 상태인데 기초 작업만 했을 뿐인데도 제법 돈이 들어갔다.

"이번에 스테빌을 갈았는데 얼마가 들었어" 라던가 "새로 바꾼 댐퍼가 꽤 마음에 드는 데 예산은 대충 이 정도"라고 이야기하면 10명 중에 9명은 '왜 저런 걸 할까?'라는 반응이다. 그리고 지금 있는 차에 계속 돈을 들이느니 차라리 한 단계 위의 차를 사는 것이 어떠냐고 진심어린 충고들은 해 준다.

하지만 튜닝을 하는 사람은 911 터보를 가져다줘도 또 손을 댄다. 더 이상 올라갈 것이 없을 것같지만 말이다. 요란번쩍한 외관에 신경을 쓰는 이들과 달리 성능에 신경을 쓰는 튜닝 마니아들에게는 현재의 차종이 무엇이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 즉 지금 가지고 있는 차를 어떻게 하면 내 운전스타일에 맞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다. 아무리 정통 스포츠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운전 습관에 맞는 세팅을 해서 출고하지는 않는다.

튜닝은 애초에 나온 차를 내 스타일에 맞게 변화를 주는 긍정적인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인 자동차를 내 운전습관에 맞게 변화시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운전 습관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출력 위주로 세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출력이 높아지면 그만큼의 안전 대책(브레이킹, 서스펜션, 타이어 등)이 있어야 하는 데 특히 젊은 오너들은 출력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종종 사고가 나기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튜닝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한 대의 차를 내 운전스타일에 맞게 변화시키는 과정 그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튜닝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운전 상황에 따라 내 의도대로 따라와주는 녀석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 든다. 운동선수가 꾸준한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길러나가듯이 자동차 역시 꾸준한 튜닝 작업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다.

다만 튜닝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현재 나의 차의 상태와 운전 스타일이다. 그래야 현재 내 운전 스타일에 차가 따라와 주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한 보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 스타일도 모르고 하는 튜닝은 말 그대로 묻지마 식이 되어 원래의 운전 스타일마저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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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를 선뜻 내켜하지 않는다. 겉보기엔 별달라 보이지 않는 차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차에 손 댔네?"라고 손사래를 친다. 차에 대해 비교적 관심이 적은 여자들의 경우는 별 생각없이 탔다가 금세 후회를 한다.

하체 튜닝이 어느 정도 된 상태니 승차감이 좋을 리 없고 가속 시 본넷에서 들리는 거친 흡기음이 그녀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했으리라..게다가 나는 나름대로 얌전하게 한다고 하는 운전 스타일이 꽤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운전 경력이 있는 남자들도 내 차를 타는 것을 역시 달가와하지 않는다..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옆에 타고 있을 때 내 운전 스타일은 정말 얌전한 것이다. 처음 차 사고 나서 여자친구를 1달이 넘도록 태우지 않았던 것처럼 차라는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수단에 타인의 위험을 담보로 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나 혼자 운전을 할 때는 약간 다르다. 내게 있어서는 운전 그 자체가 목적인 탓에 차가 가진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곤 한다. 2,000cc 배기량은 그래서인지 내게는 꽤나 아쉬움을 많이 준다. 출력과 속도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다 보니 지금 이 녀석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 싶다.

그런데 어제 그동안의 대우가 섭섭했는지 스스로의 한계성능을 보여주었다. 270도 정도의 급커브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추월을 위해 RPM을 꽤나 올렸으니 코너 진입 속도로는 지나친 감이 있었고 평소에도 자칫 잘못하면 가드레일을 들이 받기 쉬운 지역이라 신경을 쓰는 곳인데 어제는 무슨 심사였는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운전석은 가드레일에 거의 붙어있었고 급하게 밟은 브레이크는 ABS를 부지런히 작동시키며 힘겨워했다. 전륜차량임에도 이건 거의 100% 오버스티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짧은 순간 이론적인 지식인 카운터를 칠 여유는 없었고 그저 "버텨줄 수 있니?"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얼마 전 갈아준 타이어가 그립력을 끝까지 유지해준 것이 다행이었을까? 연속된 두 개의 커브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뒤에서 오던 사람이 어지간히 놀랐으리라..나중에 이 얘기를 후배에게 하니 모래라도 조금 떨어져 있었으면 황천에 갔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

만약 차체가 그립력을 잃고 그대로 오버스티어가 났다면 적어도 중상 아니면 세상과 하직했었으리라. 그런데도 왠지 그 순간에는 그런 것까지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 두려운 마음은 없었고 오히려 차가 버텨줄까? 라는 생각이 온통 압도했다. 요즘의 내 심정이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해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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