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 편도 시간이 40여 분 남짓 걸리는 것은 한편에서 보면 지루하기도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가장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던 와중에 드라마들이 보통 40여 분 내외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동안 밀렸던 드라마들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이 선택에는 비교적 최근에 변경한 휴대폰이 제법 좋은 화질을 보인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드라마가 ‘엔진’이다. 기무라 타쿠야가 나오는 드라마는 거의 다 봤는데 유독 이 드라마는 그다지 내키지가 않았다. 어디선가 스치듯이 본 감상평에서 ‘별로’라는 문구를 봐서일까? 엔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차가 등장하고 레이싱이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의 중심은 사실 사람의 엔진 그러니까 ‘심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좀 더 말하자면 ‘마음’인 셈이다.

화려한 드라마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확 끌리는 매력은 없을 수도 있다. 경주 장면이 멋들어진 것도 아니고 극적인 반전 요소도 없다.(마지막 장면조차도 반전스럽지 않다.) 타쿠야가 출연한 드라마치곤 밋밋하다는 인상이 들 수도 있지만(특히 히어로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을 본 사람이라면) 과연 주인공 지로의 역할을 그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타쿠야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많지만 적어도 엔진에서의 타쿠야는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애초에 이 드라마는 주인공으로 타쿠야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각본이 작성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타쿠야의 개성이 장면장면에 묻어날 수 있었고 어느 드라마보다 가장 ‘타쿠야’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보아가 스마스마에 출연해서 타쿠야의 특징으로 묘사하기도 했던 “뭐야?(なんだよ)”라는 표현을 원 없이 들을 수도 있다. 엔진의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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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스포일러가 날아가고 결승점까지 고장난 차를 끌고 가는 모습... 전편을 모두 다 보지 않고 이 장면만 따로 봤다면 “야 너무 억지 아냐?” 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엔진 전체의 내용을 압축한 주제격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도 볼만하지만 지금은 부쩍 커 버린 우에노 쥬리, 토다 에리카, 카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이 드라마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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