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역대 대통령과 같은 '국가적인 위인'의 이야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고 한다.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 역사가 길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정통성과 애국심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인데 이런 문화는 소위 '위대한 미국'을 자랑하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을 통해 보다 확대되어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캡틴 아메리카..위대한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갑자기 미국 이야기를 한 것은 '보고 배우기'에 가장 좋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의 삶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아주 형편이 없을 정도인데 우리가 아는 위인들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얼굴조차 알 길이 없는 오래 전의 인물들이라는 점은 분명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적을 것이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김연아, 박찬호 등과 같은 직접 그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은 다행이랄까.. 고구려를 세운 사람이 송일국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아무튼 서두가 길었는데 청림에서 꽤 흥미있는 책을 내놓았다. "나는 축구선수다"라는 단순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처음 내가 이책을 받고 든 생각은 오래 전 마이클 조던의 자서전이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고 농구의 길로 빠져든 청소년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내 눈 앞에서 살아있는 '영웅'의 삶과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들으며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책은 대단하다. 세계 각지에서 최정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40명의 축구선수들의 어린 시절과 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자랑인 박지성 선수의 이야기도 있다.


이책은 수익금의 일부가 유니세프로 전달되는데 유니세프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데이비드 베컴이 장문의 머리글을 달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글이 잡지나 TV 등에서 보는 인터뷰의 내용과는 다른 살아온 이야기, 꿈을 가지게 된 계기, 어떻게 그 꿈을 이루어가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이지 이런 글들이 베컴의 글까지 41편이나 있다는 것은 축구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에게는 황금같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미래에 축구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우리 시대의 '영웅' 41명의 이야기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박지성의 글을 읽으면 오히려 요즘의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사실 그렇다. 박지성은 유럽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던 시절에 축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좋아하는 선수나 구단의 모든 것을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예전보다 꿈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다. 막연함으로 무조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박지성보다 우리 아이들은 훨씬 나은 여건이니 말이다. 


아마 이 시대 최고의 축구 스타는 메시일 것이다. 그러면 메시는 어떻게 축구를 하게 되었을까?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대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처럼 결정적인 말도 없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 새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별 것이 아닌 말 같지만 어떤 목표를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강렬하게 알려주는 문장이다.


페르시의 경우는 사고를 극복해냈다. 좌절할 수 있고 어쩌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환경을 그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읽어 보자. 아주 작은 동기가 아주 작은 결심이 미래의 꿈을 이루는 커다랗고 결정적인 동기가 될 수 있는 예를 그는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일이건 스스로 한 일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페르시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그 자신감으로 세계를 재페했다.

이책을 처음 보게 되면 '이거 그냥 스타들의 자랑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겨 보면 그들의 화려함보다 어린 시절의 고난과 힘겨움에 먼저 눈이 간다. 그리고 '아, 이런 사람들도 어려서는 이런 일을 겪기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중세 시대도 아닌 현대에는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한 사람은 없다. 

한권의 책안에서 우리 시대의 축구 영웅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책에 실린 글들은 축구 영웅들이 유명해지기 전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는데 큰 가치가 있다. 선수들의 큼직한 사진과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으니 축구팬들에게는 꽤나 좋은 선물이 되지 싶다.





'스파이더맨?' 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만화 아닌가?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 너무 유치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니 우리가 열광하던 트랜스포머나 배트맨, 슈퍼맨 등과 스파이더맨을 차별할 이유는 없었다. 의미심장한 매트릭스도 결국 만화다.

이번에 제작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참 많은 평들이 있다. 많은 평들이 '이전 작'과의 대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그 근본부터 달라지기 때문이지 싶다. 그리고 많은 감상평들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작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에 본 스파이더맨이 유일무이한 스파이더맨이니 오히려 편견이 없어 다행이다 싶었다.

영화의 흐름은 무난했다. 끝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보니 각각이 하나의 영화가 되어도 될만한 줄거리들이 짧게 스쳐가버렸다는 점이다. 감독 입장에서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후속편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가장 반가웠던 것은 마틴 쉰이다. 지옥의 묵시록을 본 이라면 마틴 쉰이 얼마나 강렬한 이미지인지 그리고 연기가 뛰어난지 알텐데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다만 분장의 힘을 빌어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그를 털털한 어느 동네의 할아버지로 만든점은 어쩐지 서글펐달까... 하긴 지옥의 묵시록은 벌써 30년이 넘은 영화다.

다루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어느 이야기가 가장 비중이 클까. 위의 포스터를 고른 이유기도 하다. 영웅물을 애정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나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영웅의 가면을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연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약자에 대해서도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파이더맨은 가면을 벗어 아이에게 건넨다. 이것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명확해진다. '영웅은 없고 인간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랑이 곳곳에서 잘 묘사되고 있어 거미줄이 몸에서 나가네 기계에서 나가네 같은 논쟁은 이미 내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화를 볼 때는 그냥 그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장면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니 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장면장면을 분석하며 따져가는 것은 평론가들에게 필요할지는 몰라도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장애가 될 뿐이다. 

내겐 오히려 이런 영웅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정의의 승리와 전지전능한 주인공보다 인간적인 주인공, 어설픈 정의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밝지만 어설픈 주인공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더 굳힌다. 세계평화와 인류의 구원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감추고 고독한 영웅을 삶을 살아가는 다른 영웅들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더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영웅을 쉽게 비난한다. 영웅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올리고 싶어하는 속성 때문이다. 그점은 영화 안에서도 마찬가지고 영화평을 쓰는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감독은 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영웅을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고 가장 비난을 쏟아 붓던 연인의 아버지가 딸을 그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영웅도 사람일 뿐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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