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예전에 들렀을 때의 코스를 절반정도는 그대로 따라 걸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은 제법 많았고 여러 감정들이 뒤엉키는 가운데 길게 뻗은 길과 그 위를 메운 사람들 속을 걸었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었다. 딱 그 맘때 와서 그런지 풍경이라던가 주변의 분위기 같은 것들 모두가 마치 어제 들렀다가 오늘 다시 찾은 것처럼 새롭지 않은 그러나 익숙하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눈을 정면을 바라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것이 조금 불편했달까..


그러나 하늘을 바라보면 지상의 사람들은 순간 사라지고 그저 평온한 하늘과 바람과 꽃..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장면은 1년 전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장소는 시간을 거스르는 힘이 있다. 특히나 세월이 지나도 별로 변하지 않는 장소는 옛시절을 쉽게 떠오르게 한다.

그 기억이 행복했던 기억이었건 혹은 간절했던 기억이었건 장소는 그렇게 지나간 기억을 바로 내눈 앞으로 툭 던져버린다. 그러면 곧 마음은 그 시절로 돌아가 잠시 멍한 기분이 되지만 다시 현실의 주변을 돌아보면 이 장소에서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이 되어 버린다.

내년에 내가 다시 이곳에 온다면 나는 또 오늘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행복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으로 그 장소가 기억되기 때문에 잠시 쓸쓸해지더라도 울적한 기분이 들지는 않지 싶다. 내가 미아리의 어느 골목, 어느 공중전화 박스를 다시 찾지 않는 이유, 혹은 집앞 버스정류장의 공중전화박스를 애써 피해 돌아가는 이유는 그 장소가 내가 간절했던 그래서 마음이 괴로웠던 기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가슴이 아파오는 기억을 담은 장소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장소에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이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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