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하게 된 것은 이번 직장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잡지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정장을 입을 일이 없었고 항상 캐쥬얼한 차림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학 졸업시에 구입한 정장 한 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정장이었고 넥타이도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것 한 두개가 전부였다.

1년에 정장을 입을 일은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했으니 정장이나 넥타이에 대한 감각은 전혀 없었고 넥타이 매는 법도 몰라 목걸이를 만들어두고 매야할 경우 그냥 목에 걸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가 재작년 직장으로 옮기고 정장이 기본 복장이 되면서 10여년 된 양복에 역시 10여년 된 넥타이를 하게됐는데 처음에는 꽤나 번거롭고 불편했다.

4계절을 춘추복 하나로 버티자니 여러모로 쉽지가 않아 작년에 춘추복을 한벌 더 장만했고 오늘은 일찌감치 집을 나서 여름 양복을 한 벌 장만했다 (최초의 여름 양복을 산 셈이다) 회사원들에게 정장 즉 양복이란 군대의 전투복과 같은 것이기는 하지만 전투복과 다른 점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그리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소위 명품 양복에서 동대문표 양복까지 가격대로 따지면 수 백배에 이르는 차이가 있지만 솔직히 난 그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자제품과 같이 기술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장치'라면 좋은 게 좋긴 하겠지만 명품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나는 지 이해가 잘 안 갔고 대학 졸업 후 처음 구입했던 빌트모아 양복을 꾸준히 애용하고 있고 별 다른 불만도 없다. 명품이라 불리는 양복들을 빌려다 입어보아도 뭐가 좋은 지 감이 안 오는 것을 보니 내가 둔한 것일까...

그런데 넥타이에 와서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회사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구별해보라고 하면 역시 포인트는 넥타이다. 양복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넥타이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까지 한다. 그럼에도 넥타이에 대한 내 관심은 극히 적었고 오죽하면 직장 동료들이 넥타이 좀 바꾸라며 선물해주기도 했다.

넥타이도 양복처럼 선택의 폭은 넓었고 역시 양복에서의 기준처럼 명품이라고 해 봐야 딱히 뭐가 더 좋은 지 알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큰 맘먹고 겐조를 하나 장만해보았지만 옷걸이가 신통치 않아서인지 돼지에 진주목걸이를 해 준 격이 되고 말았다. (사실은 철에 안 맞는 색을 산 것이 더 문제였다)

그나마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넥타이 역시 내게 뭔가 감흥을 주는 메이커나 제품은 없었고 아침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잡는 몰개성적인 연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녀석이 나타났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도 생긴 '앤드류스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앤드류스타이의 특징은 과감한 색상에 있다. Colorful Expression을 추구하는 즐거운 넥타이가 이 회사를 만든 두 친구의 생각이었고 그것이 주효했는지 수십만원 대의 명품 넥타이를 봐도 별 감흥이 오지 않던 내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이하게도 정찰제를 고집하고 있어(물론 현장할인은 있지만) 할인폭이 넓은 여타 명품들에 비해 어쩌면 가격적인 매력도 크진 않지만 첫인상이 마음에 들어 즐겨 이용하고 있다. (물론 동생이 가지고 있는 타이를 직접 매보고 내린 결론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맞는 브랜드가 있는 것같다. 아무리 남들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해도 내가 입으면 안 어울리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영 어색해도 내게는 맞춤처럼 잘 어울리기도 한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정해두면 꽤나 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은품은 잘 마셨..?  (2) 2008.04.28
결혼  (0) 2008.04.28
이유  (0) 2008.04.14
夜想  (0) 2008.03.31
지름신  (4) 2008.03.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