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신림동에 나갔다. 대학 시절 숱하게 드나들던 어쩌면 암흑기라 불러도 좋은 시기에 접했던 그 거리를 오늘은 반가운 인사와 이야기로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신림동에서 약속이 잡히고 나서는 조금 주저했다. 그곳은 내게 그렇게 반길만한 곳은 아니기에 더 그런 느낌이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폐가 되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신림동은 책냄새와 치열한 수험의 열기와 패배의 눈물로 얼룩지고 젊은 날의 회한이 서려 있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고통이나 상처는 다시 그것을 마주해 이겨내지 않으면 평생 마음 한 구석에 얼룩으로 남을 뿐... 그렇게 찾아간 신림동에서 오히려 '나'의 내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말로 혹은 글로 '나는 바뀌고 있다'거나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써보았자 실제로 행동으로 바뀌지 않으면 오히려 말을 하지 않은 것만 못 하다. 그런 말을 할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각오도 한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의 행동 특히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그런 사전의 준비를 하지 못 하기 때문에 본래의 자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런 나의 모습을 내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순간 그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것.. '아, 내가 또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구나'라는 경고등이 순간 온몸을 흔들었다. 

 

예전에는 그런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 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해서 비로소 되돌이켜 깨닫곤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타인에게서 지적을 받은 실수는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항감때문에 곧 사그라들기 마련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수를 하는 순간 그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순간에도 그저 '아, 잘못했네'라고 속으로만 깨닫고 오히려 부끄럽게 느끼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다시 내면으로 가라 앉아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즉 '실수를 깨닫는 것'과 그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이 동시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감정이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이 긍정적인 기운보다 강하다. 부정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지만 긍정은 치열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습관이 되지 않으면 좀처럼 드러나지 않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고 사람들 속에 섞일 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늘 긴장을 하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겸손하게 자신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 싶다.

아무튼... 한나절만에 제법 많은 것들을 되돌이켜 배울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그것을 직접 깨우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반가운 일이다. 

부딪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부딪히더라도 깨닫지 못 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깨닫더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부딪히고 깨닫고 움직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anasonic L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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