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공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과시’다. 다른 사람보다 높은 점수와 아이디 앞에 붙는 아이콘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유달리 ‘승부욕’이 강한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아 떨어진 게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을까? 국내 MMORPG의 선두주자격인 리니지 1의 경우 아이템을 장착한다해도 플레이어의 외양이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니지 II로 접어들면서 3D와 함께 착용하는 아이템에 따라서 플레이어의 외모가 달라진다. 고급 아이템을 장비할수록 그 차이는 커지며 좋은 아이템을 장비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게임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화려한 장비로 치장한 다른 플레이어를 보면 당연히 부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한 한 사용자는 “레벨 1부터 시작해서 언제 저 정도 장비를 맞출까 하는 생각에 막막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은 이른바 ‘만랩(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최종 레벨)’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게는 몇 달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레벨이 낮을 때 게임을 하다 레벨이 높은 다른 사용자에게 PK(Player Killing)를 당하게 되면 장비를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밝힌 다른 게이머는 “한 서버에서 지존급으로 불리고 싶은 욕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게이머들이 선택한 지름길이 바로 현금 거래다. 흔히 ‘현거래’ 라고 불리며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게임 머니, 아이템, 계정 등의 거래를 부르는 말이다.

경제학의 대원칙의 하나인 ‘수요공급의 법칙’은 온라인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게임 내에서 보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에 현금 거래 사이트를 찾은 사용자들은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구입하게 된다. 인기 있는 게임, 인기 있는 서버일수록 가격은 비싸다.

이런 추세에 아예 이를 하나의 직업으로까지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는 넘게 번다고 밝힌 한 게이머는 “PC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활비도 사실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앵벌(게임 머니를 벌기 위해 아이템 파밍 등의 작업을 하는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지만 수입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니지 II의 경우 중국인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것도 온라인 게임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국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몇몇 PC방은 아예 PC 몇 대를 이 ‘앵벌용’으로 돌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WoW는 이와 같은 아이템 거래를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아이템에 대한 귀속 시스템-일단 착용한 아이템은 다른 게이머에게 전달할 수 없다-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아이템이 아닌 게임 머니의 거래는 막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온라인 게임의 이런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보편적인 하나의 현상이 되어 있음에도 실질적인 사회의 대책은 극히 미흡한 상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연중행사처럼 문제점을 지적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금방 잊고 만다. 온라인 세상도 우리 현실 사회의 반영이다. ‘점차 나아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넘겨버리기에는 이제 어려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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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법의 개정으로 이제 계정의 현금 거래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물론 법 시행 후 얼마 간이라는 전제를 저 나름대로 붙여봅니다만...랭킹 시스템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것같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말이고 유난히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모으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의 현거래 1,2 위 사이트가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점은 참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는데요. 작년 한 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현거래 규모가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외국계 기업이 국내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법규제는 전혀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애들 코 뭍은 돈'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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