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간은 흰구름길이다. 이 구간은 둘레길 홈페이지 정보를 보면 중급자용 코스다. 원래 3구간, 4구간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이전 구간만 생각하고 들어선 3구간은 '이 녀석 봐라. 나를 만만하게 보나' 라고 말하는 듯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은 아니었다. 결국 이날은 3구간만 완주하기로 하고 아예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거리 상으로는 4.1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막상 걸어보면 이제 제대로 등산 분위기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길들이 좁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으로 이루어져있다. 무엇보다 1,2구간에 비해 딱히 풍경이 두드러지지 않은 점도 걷기를 조금은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체 거리는 대략 5.51km다. 국립공원이 밝히는 정보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 중간에 포토포인트가 있는 전망대에 오르고 화계사 일주문 근처에서 약간 배회(?)를 하긴 했지만 크게 거리가 늘어나지는 않았던 것같다. 3구간을 방문하는 분들은 대략 5km 이상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싶다.


3구간의 시작은 통일교육원 샛길을 진입한 다음 시작된다. 날이 많이 흐린 편이어서 전체적인 사진톤이 어두운데 그래도 해가 직접 내리 쬐지 않아 고생은 덜 했다. 문 뒤로 울창한 숲이 계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3구간 흰구름길의 도입 부분은 아주 좁은 길로 시작된다. 주말 같으면 오고가는 이들이 제법 겹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 구간들에 비해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랄까...아무래도 철조망때문인데 길이 끝나는 순간까지 뭔가 시원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 구간이었다.


이런 식의 길이 이어진다. 아마 길을 만들어야 하는 국립공원측과 길을 내 주고 싶지 않은(?) 곳의 이해관계가 얽혀 이런 일이 생기지 싶은데 북한산둘레길 전반에 걸쳐 이런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한참을 가도 길이 이런 모양이어서 설마 끝날 때까지 이런 모양인가..싶었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이런 길을 자주 마주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이 없으니 한적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3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길게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제법 등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보통의 운동화만 신고서는 3구간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땔감으로 쓸 나무는 아닐테고 가지치기를 해 둔 모양이다. 3구간의 느낌은 앞서도 적었지만 뭐랄까 조금 황량한 느낌이랄까..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넘치는 듯한 모습보다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반가운 이정표 뒤로 계단이 보인다. 역시 3구간에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이정표가 정확하지 않은 장소가 나오는데 두세 곳 정도가 헷갈린다. 어느 길인지 확실치 않아 보이면 조금 멀리 시선을 돌려 이정표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계사 일주문. 부처님오신날이 막 지나서 많이 붐비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평일이니 한적한 분위기. 사찰을 둘러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화계사로 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게 된다. 칼바위 능선으로 가는 길이기도 한데 등산객들이 제법 보인다.  화계사 방향만 바라보다가 이 이정표를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북한산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은 4곳이 있다고 한다. 3구간에는 화계사가 있다. 진관사는 터는 남아있을까?


오른쪽으로 가면 북한산 칼바위 능선이다.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 북한산 정상은 작년 여름에 일주일 단위로 올라갔던 적이 있어서 한 번 올라가볼까..라는 유혹이 제법 컸지만 일단은 둘레길 완주가 목표.


자주 오르게 되는 계단. 세로로 찍어보니 제법 길게 보인다. 흰구름길은 대부분 이런 계단의 연속이다. 1,2구간보다는 쉽지 않으니 장비를 든든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내려가는 길보다 올라가는 길이 더 많은 느낌이 들었다. 3구간은 이렇게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전망대까지 하면 전체 구간 중에서 고도가 제일 높지 않을까 추측만 해본다. 아직 가야할 구간이 18구간이나 남아있으니 말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35mm 렌즈로는 저 멀리 산정상을 담을 수는 없지만 대신 넓은 주변을 담을 수 있다. 나는 잊고 내려왔지만 스탬프를 모으는 분들은 이곳에 포토포인트가 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둘레길 거리표. 둘레길 걷기의 고비는 5구간 명상길이라 한다. 상급자용 코스인데 다음 주에 걸을 예정.


오랜만에 마주하는 내리막. 내리막도 역시 짧게 끝나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하는데 돌로 된 계단이 단정하게 배치가 잘 되어 있다.


빨래골공원지킴터다. 3구간은 전체적으로 1,2구간과 다르게 중간에 민가(?)와 만날 일이 적다. 화계사와 이곳 지킴터가 그나마 평지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근처에 가게 같은 것은 없으니 사전에 음료수 등은 준비해야 한다.


빨래골의 유래. 속옷 빨래터라니 특이하다 싶다가 내용을 읽어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궁에서 이곳까지 빨랫감을 들고 오고가는 일도 제법 쉽지는 않았을 텐데..


계곡이라고 부르기는 어설프지만 넓은 평지가 있어 당시 궁녀들 여럿이 모여 빨래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길게 뻗은 계단이 제법 멀어보인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계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런 계단이 여러 곳 있다보니 3구간은 걷기라기보다는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등산에 좀 더 적절한 구간이 아닐까 한다.


다시 보이는 돌로 만든 계단. 역시 옹기종기 모여있는 돌들이 앙증맞다. 길을 걷는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이지만 막상 이길을 만든 이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비약이지만 피라미드가 보기엔 좋지만 수 많은 이들의 죽음 위에 세워진 것처럼..


3구간의 종료 지점은 이렇게 돌길로 마무리된다. 시작과 끝 모두 조금은 황량한 그래서 어쩐지 쓸쓸한 느낌을 안고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둘레길 전반에 걸쳐 각 구간별로 이런 특색을 가지고 있는 점은 꽤 매력적이다. 다 비슷비슷한 길이 아니라 구간별로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앞으로의 구간들을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3구간과 4구간은 이어져있다. 3구간의 종료가 곧 4구간의 시작인데 조금 더 걸어가다보면 걷기를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장소(?)가 등장한다. 4구간으로 넘어오면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든다. 3구간의 답답함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다. 



이제 이만큼 왔다. 북한산둘레길은 생각해보면 어느 한 구간만으로는 느낌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각구간마다 담고 있는 느낌이 워낙 다른 까닭인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산이라는 커다란 자연이 하나의 느낌만을 가지고 있을리는 없으니 말이다. 구간별로 계절별로 또 시간별로 북한산이 주는 느낌은 아주 다를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이 구간을 다시 완주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겨울 산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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