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당산역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 생각없이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을텐데 발걸음은 선유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데자뷰라고 하지요. 마치 이전에 겪었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듯한...  당산역에서 선유도까지는 제법 거리가 멉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지난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리 속을 가득 메워나갔습니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달라졌습니다. 


한참을 걸어 선유도로 넘어가는 육교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표지판은 없었는데 새로 생긴 모양입니다. 이곳을 다시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평일 오전 시간인지라 선유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저뿐이더군요. 날이 좀 흐려서 하늘이 뿌옇더군요. 예전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진 것 같더군요. 아마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계절이 가을의 중반에 접어들어서인지 떨어지는 낙옆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아마 10월말인가 11월로 기억을 하는데 그날은 오늘보다는 훨씬 흐린 날이었죠.

사실 선유도에 혼자 오면 딱히 재미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것이라던가 잠시 세상사를 잊고 그저 푹 쉬고 싶을 때가 아니면 넓은 공원을 돌아봐도 별다른 감흥이 오는 곳은 아니었죠. 다만 오늘은 오늘이 아닌 과거의 제 모습으로 그 길을 다시 걸었기에 조금은 느낌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그 오래 전의 기억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머리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참 믿기지가 않더군요. 이미 다 잊은 줄 알고 있는 기억들이 단지 그 장소를 다시 걸은 것만으로 마치 지금의 이야기처럼 되살아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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