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운동을 위해 산 정상에 올랐다. 트랙을 몇 바퀴 쯤 돌고 있었을까. 갑자기 고등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학생들이 트랙 군데군데 서 있어서 달리기가 쉽지 않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정면에 제법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인다. 고교 시절 첫 부임지로 우리 학교로 오신 국어 선생님이다. 그렇구나 이 녀석들은 전부 내 후배구나.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일인데 순간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우리들에게 어리숙하게만 보였던 선생님이었는데..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선생님은 제법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역시나 세월의 힘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 중이셔서 선뜻 말을 붙이지는 못했다. 선생님 덕분에 처음으로 연극 구경도 가고 국어에 대해 제법 애착도 생겼는데 (그러고보면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선생님들은 모두 전공이 국어였다) 하는 생각을 하며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오래 전 은사란 이렇게 반가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인지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은 몸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 많았다. 졸업 후 몇몇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망연자실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모쪼록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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