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잠시 알고 지내던 아가씨가 자기는 10년마다 자기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더군요. 10년이라는 세월을 잘 살아준 자신에게 주는 기특함에 대한 선물이라고요. 그때 그말을 듣고 참 저도 그 아가씨가 기특하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진도를 더 나아가볼까 했지만 워낙에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연애나 그 이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기에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요...)

아무튼 저도 2014년을 맞아 저에게 뭔가 하나 주고 싶어졌습니다. 지난 해는 참 개인적으로 버거웠던 그리고 어쩌면 제 인생에게 뚝 떼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힘든 해였고 온전히 저 혼자 버텨나가야했던 해였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뭐를 제게 줄까 생각하다가 우연치않게 이 녀석을 들이게됐습니다. 워낙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라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솔로로 지내면서 딱히 전화를 쓸 일이 없어 휴대폰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봅니다.

사실 사람이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려동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조금은 쓸쓸한 일입니다. 애정을 둘 대상이 사람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그러질 못 하고 다른 '대상'에 의미를 주는 것이니까요. 사람에 의한 어떤 상처가 있건 그 상처는 특정 사람으로 인한 것이지 또 다른 사람에 의한 것은 아니기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지요.

말은 그렇지만 저도 그것을 잘 극복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신뢰나 사랑 같은 내 감정을 온통 쏟아부은 경우에 후유증이 오래 가나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불편한 기억은 그 기억에만 한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억을 일반화해서 세상과 적대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겨울도 중반에 접어들고 있고 주변의 일들도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그런 요즘입니다. 모두들 올 한 해 사람에게서 행복과 의미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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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잃었을 때는 사람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법일 것이다.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고 시간이 지나도 자연히 해결되지 않는 몇 안 되는 깊은 감정의 상처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은 큰 의지가 된다. 물론 감정의 기복이 무척이나 깊을 시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순간의 격정에 끌릴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작은 일탈로 나락으로 빠져드는 영혼을 구할 수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을 잃은 후에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사람은 고독하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그 사람의 어깨를 자주 빌리던 사람이라면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매 순간순간들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굳이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그 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도 이미 더 이상의 고통을 느낄 여지가 없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은 평소와 같다. 가끔 보이는 쓴웃음이 안타깝지만 여전히 농담을 즐기고 여전히 드라이빙을 즐긴다. 새로 나온 카메라 신제품을 눈 여겨 보고 지인들에게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 한 개피만 피우던 담배가 두 개피로 늘어난 것을 알아챈 지인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지만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한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웃음이 나온다 했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춤을 추게된다고 했다. 그래도 늦은 밤 불을 끄고 누운 어두운 방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흐느낌마저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을 잃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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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시간을 지배한다’는 카피 문구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는 펜의 흔적은 내 의도를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남겨둔 채 나조차도 그 기억이 사라져 버린 사이 누군가 그 기록을 보고 상처를 받는다면? 요즘처럼 개인화된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기장에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적어두었는데 우연히 방 청소를 하시던 어머니가 그 일기장을 열어보고 상심하셨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웹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공개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적인 상념은 상념으로 그치거나 일기장에 적어 두면 될 일인데 이것을 굳이 네트워크 상에 올려둘 필요가 있을까. 그나마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라면 문제가 덜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여과없는 감상을 적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조차 애매한 요즘 오히려 부정적인 여파는 온라인이 더 크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는 out of sight, out of mind가 설득력을 얻을지 몰라도 시간과 공간 자체를 무너뜨리는 온라인에서는 1년 전의 메모 하나에 혹은 10년 전의 메모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글쓰기는 신중해야 한다. 글을 적기가 그 어느 곳보다 쉽고 수정도 쉽고 하다못해 지우기도 참 편한 공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아카이브에서 이미 사라진 홈페이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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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중에는 이제 독신은 남아 있지 않고 후배 녀석들도 거의 다 결혼을 해서 이제 솔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내가 대표적인 인물이 되어 버렸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아직도 미혼이라면 일단 놀라고 결혼에 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또 한번 놀란다. 이젠 그것도 적응이 되어서 그려려니 하지만 내가 왜 결혼을 안하는지 똑같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들 하고 나도 그말에는 찬성을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글쎄..라는 생각이 좀 더 강하다. 후회한다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어쩌면 안 하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그것은 결혼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몸에 생긴 상처는 치유가 비교적 쉽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치유가 어렵다.

어쩌면 내가 본의아니게 독신이 된 것도 아직 내게 남아있는 상처때문이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 상처를 낫게 하려는 생각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아직도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꽤나 서운해하셨던 부모님들에 대한 죄송함이지만..그나마 동생 녀석이 올해 장가를 가니 한 시름을 더시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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