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책이 한 권 도착했습니다. 종이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쩐지 정감어린 표지의 그런 책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부탁이라는 꽤 감성적인 제목은 다름 아닌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독자를 사랑하는 이라 부르고 그에게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엮어가고 있습니다. 필체가 워낙에 부드러워 글을 조금만 읽어도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딱딱하고 거친 말투가 익숙한 우리네들에게 이렇게 다정다감한 말투가 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누구라도 이런 말투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작은 책이지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랑을 고민하는 이, 일상에 지친 이, 건강한 삶을 원하는 이,외로운 이 그리고 이 순간 행복을 바라는 이..이렇게 다섯 경우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장을 분류를 해놓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페이지가 손길가는대로 펼쳐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그런 매력을 가진 책입니다. 


저자가 이책의 글들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어떠신가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세요. 만약 자신의 생명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자는 그 하고 싶은 일을 글로 옮겨 적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운명의 시간에 어떤 일을 후회하게 될지 이미 알고 계실텐데 저자처럼 그 일들을 바로 실행해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그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정말 어렵지요. 그렇게 간직해둔 '언젠가 해야할 일'들.. 마음속 깊이 묻어 둔 '할 말'들, '할 일'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지요. 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 안은 채 말이죠.

각각의 장은 또 작은 이야기들이 소품처럼 펼쳐져 있는데 두 세 페이지의 길지 않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적어 줍니다. 해답이라고 적었지만 오히려 조언에 가깝습니다. 저자만의 생각이 아닌 다른 책이나 영화나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그럴 때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라고 말을 건넵니다.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해봐요..라는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는 법입니다.

이책이 마음에 든 점 중의 하나는 편집인데 중요한 이야기는 다른 색과 크기의 폰트를 사용해 도드라지게 하고 있는데 재생지와 어울리면서 뭔가 흐린듯하면서도 선명한 색상들의 조합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제법 많은 양의 사진들을 함께 담고 있는데 종이의 특성상 제법 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오히려 선명하고 뚜렷한 이미지가 아니라 배경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힐링'이라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져 있는 요즘이지만 정작 그런 홍보문구를 강조한 책들을 보면 마음의 치유를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책은 오히려 그런 말이 없음에도 '힐링'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그런 책입니다. 보통 힐링이나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천에 옮기지 못 하는 이야기들을 되새기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못 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 점은 생각보다 우리 마음에 크게 다가옵니다.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말이지요.

표지에 보면 '내일이 아닌 오늘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이라는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래와 꿈을 이야기할 때 이책은 현재와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점만으로도 이책이 가진 의미와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참 오랜만에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접하게 되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요즘은 책들도 너무나 급하고 빠른 패스트 북이 주를 이루는 데 이책은 말 그대로 슬로우 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끔 몸이 지칠 때 하늘을 보고 큰 심호흡을 하듯이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마음의 지침을 풀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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