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느끼는 증상의 하나가..인터넷에 접속하면 블로그(2개다 보니 각각 들어가야 합니다.)에 들어가서 댓글은 뭐가 달렸는지 내가 단 댓글에 주인장님들이 뭐라고 적어주셨는지 확인을 하고 요즘은 내 블로그가 무슨 이슈거리로 검색이 되나 살펴보고(여전히 마리아 오자와입니다. 대체 이건...-_-;)  댓글 달아주신 분들 블로그에 방문해서 여기는 어떤 곳인가 구경도 하고 댓글도 달고..가끔 링크에 적어둔 블로그도 찾아가 안부 전하고...

그런데 한 블로그를 방문하면 그 블로그에 달린 또 다른 블로거들의 글이 눈에 보이죠. 그러면 또 이분은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찾아가보고...가끔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이 있으면 연관 글까지 죄다 찾아서 읽어보고...왠만큼 돌아봤다 싶으면 요즘은 무슨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메타블로그에 접속해서 또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무한루프입니다.

위에 글을 쉼표 하나 없이 죽 이어서 적었는데 정말 일단 블로그에 접속하면 저렇게 쉼없는 일주가 계속 됩니다. 그러다보면 제가 지금 사는 게 현실인지 블로고스피어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잠시 눈을 쉬러 자리에서 일어나면 '앗, 시간이 벌써..'라며 정신을 차리게 되죠.

이전에 싸이의 1촌 파도타기와는 규모면에서 현재의 블로고스피어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합니다. 블로그의 위력이 갈 수록 커지는 것은 앞으로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죠. 이젠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블로그가 없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것이 좀 더 나은 세상이다 보니 1인 1블로그 혹은 1인 多블로그 시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무튼 블로고스피어에 지인이 많아질 수록 그리고 관심 블로그가 많아질 수록 제법 바빠집니다.

지나친 블로깅은 눈에 피로를 불러 일으키고 손목 관절에 영향을 주며 가끔 본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1.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요즘 블로그에 대한 논의가 제법 활발하고 얼마 전에도 블로그의 의미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예전에 제가 썼던 글 중에 블로그를 하나의 권력으로 묘사한 글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06년 9월에 작성한 글이니 거의 2년이 되어 가는 글인데 당시 저는 블로그에 대해 대안 미디어로서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성 언론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블로그의 입지는 제법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에 지적한 콘텐츠의 객관성과 여론 주도적 기능은 당시에 비해 파격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편에 걸쳐서 살펴보게 될 이 포스팅은 2년전 작성한 글에 이은 속편 격으로 우선 이번 글에서는 블로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합니다.

2. 블로거는 아무나 될 수 있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을 블로거라고 한다. Web과 Log가 합쳐진 이 신조어는 이제는 당당한 고유 명사로 자리잡고 있는데 예전에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사람을 부르던 말이 딱히 없었던 것에 비하면 블로거라는 단어가 생긴 것만으로도 블로그의 위상을 짐작하게 해 준다. 블로거가 되는 것은 정말 쉽다. 자기가 가입해 있는 포털에서 공짜로 만들어준다. 포털에 종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 싫으면 텍스트큐브와 같은 설치형 블로그를 선택하면 된다.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에서도 블로그를 만들어주니 이도 저도 싫으면 서점에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다. 즉 블로거란 뭔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우리 자신인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잠재적인 블로거다. 적어도 포털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언제고 블로그 설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3. 그렇다면 왜 블로그를 만드는가?

블로그의 목적에 대해서는 과거와 지금의 논의의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공간일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특히나 요즘에는 부가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수익 창출 공간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 수익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아무튼 한번쯤 블로그를 만들 것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사는 섬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즉 “남들이 다하는 데 나만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인 것이다.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 블로그를 만든다기 보다는 요즘 세상에서 블로그 하나 없는 “왕따”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싸이월드나 네이버, 다음 등의 블로그 생성자 대비 활동자 수를 비교한 자료가 있다면 어느 정도 검증을 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의 특성상 만들어 놓고 몇 년을 글 하나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심리도 제법 있을 것이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는 블로거들이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블로그가 하나의 가치체계나 1인 미디어로서 혹은 여론형성을 하는 주도적인 위치에 서기에는 실질적인 활동 인구가 적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4. 내 글이 여론을 주도한다?

블로그의 1인 미디어로서의 기능에 대해서 나 역시 제법 낙관적인 전망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 현실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아고라에서 볼 수 있었던 예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이 아닐까? 대다수의 국민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기성 언론조차도 수 많은 기사들을 내보내지만 그 중에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웹 상에 올린 포스팅만으로 국민의 의사를 결정하고 리딩해나간다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무엇보다 그럴 여건이 아직 안 되었는데 기술적인 발달이 좀 더 이루어지면 이 상황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현재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홈네트워킹을 통해 인터넷의 사용이 PC에서만이 아닌 일상 자체로 확대되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도 포스팅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현재는 블로그를 사용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공간 즉 블로고스피어 내부에서의 여론 형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미 파워블로거로 손 꼽히는 블로거들의 글은 동일 관심 집단 혹은 근접 집단에 의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블로그의 진화는 블로거에 의해서

따라서 블로그가 혹은 블로거가 전반적인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선 기술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 휴대폰의 발달은 그것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한 가지 엉뚱한 상상을 한다면 블로그라는 존재가 만약 기성 권력에 의해서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경우 기술의 발달은 조금 늦어질 여지도 있다. 이번 아고라 파동에 이은 광고주 불매 운동, 촛불집회 등에 대해 결국 포털이 권력의 힘에 의해 제지를 받았던 것은 비근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권력자들은 일반 국민에게서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거북해한다. 예전에는 웹 상에서 네티즌들이 뭐라 하건 별 신경을 안 썼지만 서서히 그 여파가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에까지 이르자 서둘러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최근의 블로그는 한 단계 진화하는 양상을 보인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최근의 블로그와 블로거들의 변화의 양상은 워낙 가파른 모양을 하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궁극적인 블로그의 진보 형태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오프라인의 자신의 인격을 대변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소가 될 것이고 블로그에 사용하는 아이디가 그 사람의 인격 그 자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블로그를 폐쇄하는 온라인 자살(지금 이 시간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을 통해 또 다른 인격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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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적어 나갈 글

(2) 메타 블로그,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3) 위협받는 블로그의 정체성


오늘 보니 블로그에 대한 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여러 논제들이 흥미진진한 토론을 펼치고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들은 다른 분들이 이미 언급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제 경험에 비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블로그를 보고자 합니다.

제 경우 블로그의 세계로 들어온 계기는 오래 전 홈페이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도메인이니 홈페이지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에 제법 익숙해지게 되었고 인터넷 자체만으로도 신기한데 나만의 공간이 그곳에 생긴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죠. 당시만 해도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도메인도 사야하고 웹호스팅도 받아야 하고 홈페이지를 꾸미려면 제법 많은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했었죠.

그러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포털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블로그 만들기'를 클릭하면 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자기만의 도메인을 가지고 웹호스팅을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복잡한 과정없이 그냥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블로그 하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비유가 좀 어색하지만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뿐이 없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일상의 소품이 된 지금은 사진을 찍는 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 된 경우랄까요?

아무튼 블로그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긍정적인 면도 많이 나타나고 부정적인 면도 많이 나타났지만 긍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어쩌면 평생 만날 수도 없는 낯선 이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범위는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으니 교통의 발달에 따른 지구촌의 완성에 이은 또 하나의 지구촌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블로그를 가지고 있으면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써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사진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나 찍은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네들의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수입이나마 부가적인 수익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블로거들을 찾아가 공부도 할 수 있고 우연치 않게 단 댓글 덕분에 평생의 인연이 생기기도 합니다.

즉 블로그는 작은 의미에서는 개인의 사상과 인격을 표상하는 결정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상승하는 요즘 블로그 역시 현재의 글, 사진, 동영상의 소통보다 한 단계 혹은 여러 단계 진보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은 부정하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절대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의 나'보다 시공의 제약이 없는 '가상 공간의 나'가 주체가 되는 세상이 열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금도 개인의 블로그는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기술적인 진보에 힘입어 블로그가 진화를 하던 '소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은 변하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더 정밀하게 '나'를 인터넷 상에서 구현해낼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개인화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아울러 가상 공간에 대한 이해가 현재보다 진보된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개개인의 아바타가 보여주는 몰입도 이상으로 개인의 블로그의 역할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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