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와 들뢰즈..현대 철학은 물론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책은 이 두 사람을 묶어서 이야기한다. 제법 적절한 묶음인데 김영사의 '지식인마을'이라는 일종의 기획물 중의 한 권이다.

이런 시도는 제법 신선한데 일반인들의 경우 직접 저자가 쓴 책(1차 문헌)을 읽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2차 문헌인 이와 같은 책들은 적당한 안내자의 역할을 해 주는 동시에 해당 저자들의 저서를 본격적으로 읽기 위한 몸풀기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2차 문헌은 제3자에 의한 재해석인 경우가 많아(물론 번역 작품에 대해서도 나는 같은 생각이다) 온전히 원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거나 혹은 아예 왜곡된 지식을 습득할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2차 문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의 부족과 해당 철학에 대한 지식의 부족때문이다.

이책의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특히나 언어의 유희에 정통한 데리다의 저작을 읽기 위해서는 프랑스어를 원어민 이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외국인인 우리에게 이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번역물 혹은 2차 문헌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2차 문헌 저자의 실력이다.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아직 이책밖에 읽지 않아 뭐라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책에만 한정을 둔다면 잘 짜인 구조는 성공적이지만 그안에 담은 내용은 어색하다는 인상이다. 초대-만남-대화-이슈라는 4단계의 편집방식을 택한 이책은 처음에는 '상당히 인상적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대화'부분에서는 상당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뭐랄까 저자 자신도 헷갈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인사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입을 빌어 생각이나 사상을 설명한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저자 자신이 이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듯 '대화'라기보다는 '설명'에 치우는 분위기였다. 이런 방식의 글을 전개는 오히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가 보다 잘 이끌어가고 있는데 내 지식의 빈약함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책의 저자가 풀어간 설명들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책의 도입부인 초대-만남 부분은 상당히 잘 쓰여져 있다. 데리다와 들뢰즈의 사상, 생각, 인생을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잘 풀어가고 있다. 아마 이런 이유로 대화 부분이 영 어색하게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앞부분의 저자와 뒷부분의 저자가 다른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내가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적듯 책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내가 이책에 대해 느낀 점은 내 느낌일 뿐이다. 다른 이가 이책을 접할 때 오히려 대화 부분이 매끄럽고 앞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제법 신선한 시도와 전개 방식인 것은 분명하니 스스로 읽어 보고 판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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