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멤버십 카드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멤버십 서비스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데도 소비자들의 별 다른 저항 없이 하나 둘 서비스를 축소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 TV에도 방송된 것처럼 그네들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명목으로 제공하는 멤버십 유지비용은 작년 한 해 2,200여억 원에 이를 만큼 큰 금액이어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줄이자니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하고 유지하자니 비용부담은 큰 골칫거리의 하나였다.


이통사들의 이런 고민은 의외의 장소에서 그것도 쉽게 풀려 나갔다. 전국의 동네빵집들이 2005년 10월 SKT를 상대로 소위 ‘빵집 전쟁’을 벌였고 올해 2월 SKT는 빵집들의 의견을 수용해 기존의 대형 제과점 체인의 멤버십 카드 할인율을 20%에서 절반인 10%로 축소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조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SKT가 빵집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네빵집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를 계기로 기존에 제공되던 멤버십 서비스를 절반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빵집 전쟁”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특이하게도 SKT가 승리를 거두고 전쟁에 개입도 하지 않은 소비자가 피해를 본 모양이 되었다.

지난 6월 서울시극장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SKT·KTF·LGT 등 이동통신사의 영화관람료 할인제도와 관련, 할인요금 중 그동안 극장 측이 부담해 온 금액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재확인했다. 이창무 협회장은 "최근 할인요금을 1000원으로 인하하되 450원은 극장이 부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회원사의 뜻을 모은 결과 이대로는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7월이 되면서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카드로 더 이상 서울에 있는 극장에서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이동통신사와 극장들 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작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빠진 이상한 싸움이 다시 벌어진 셈이다.


“극장 전쟁”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멤버십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말 그대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통사의 멤버십 서비스는 이통사가 자사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약속이다. 이것을 고객의 동의도 얻지 않고 ‘협상이 잘 안 되어 멤버십을 축소한다’고 하는 태도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의 기본을 잃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이통사와 멤버십 계약을 맺고 멤버십 비용에 해당하는 2천원을 관람료로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떠넘긴 극장들도 만약 이통사들과의 제휴가 종결되면 당연히 이전의 관람료로 환원을 시켜야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빵집 전쟁', '극장 전쟁'으로 불리며 실제적인 피해자는 빠진 채 이통사와 제휴사간 벌어진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근본적으로 이통사의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가 오늘처럼 성장하게 된 것은 이통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둬들인 수익을 가입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인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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