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생일날 지급할 상품권을 주문하고 나서 이틀이 지나도 배송이 되지 않아 등기 조회를 해 보니 이미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나 우체국 사이트에서 확인을 해 보니 관리실 아저씨가 대신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관리실에서는 사무실로 보냈다고 하고 사무실에서는 받지 못했다고 하는 사태가 발생해 결국 포기하기로 하고 쇼핑몰과 인터넷 우체국 홈페이지에 몇 가지 문제점을 적은 글을 남겼다.

글을 남긴 지 30분 정도 되었을까 우체국에서 전화가 와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해당 집배원과 연락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고 10여 분 후에는 담당 집배원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자초지종을 듣고 고민을 함께 했다. 분명 집배원도 해당 등기의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관리실 아저씨가 분류를 하는 것까지 보고 돌아갔다는 데 정작 사무실로는 해당 등기만 쏙 빠진 채 도착했으니 집배원이나 관리실 아저씨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좀 더 여기저기 뒤져 보기로 하고 마무리를 했는데 “찾아보고 없으면 꼭 전화를 달라”고 당부를 하고 떠난 집배원이 얼마 후 다시 사무실로 올라와 관리실에서 발견했다고 내 등기 우편의 내용물(봉투는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고 상품권 봉투는 가지런히 절반이 접힌 채 있었다)을 전해주었다.

우리 건물만 3년이 넘게 담당해 온 집배원의 실수일 리는 없고 건물이 생긴 이래 죽 관리실을 지켜온 아저씨의 실수일 리도 없는 상황에서 겉봉투가 사라진 내용물만 발견이 되었으니 (오전에 관리실에 갔을 때는 분명히 없었다) CSI라도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무실로 우편물이 올라오는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나름의 추측을 하며 그래도 찾은 게 어디냐는 동료 직원들의 말에 안도하고 있을 무렵 상품권 쇼핑몰인 예스티켓에서 전화가 왔다. 첫마디부터 거친 목소리로 “게시판에 글을 그렇게 쓰면 어떻게 하냐. 전국에서 보고 외국에서도 보는 데 이럴 수 있냐”며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탈퇴를 원한다니 탈퇴시켜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들어가보니 내가 올린 글은 이미 지워준 후였다. 희한하게도 이 쇼핑몰은 탈퇴 메뉴가 없다.

내가 직설적으로 글을 적은 것도 어느 정도 원인 제공은 했겠지만 보통 그런 글이 올라오면 답글로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는 것이 보통인데 예스티켓은 우선 게시물부터 삭제하고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소비자 대처법인 듯했다. 게시물들을 죽 살펴보니 싫은 소리를 한 게시물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이런 모습의 게시판은 관리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생길 수 없다. 유명하다는 인터넷 쇼핑몰의 상담 게시판 대부분의 게시물이 성난 고객과 달래는 상담원의 댓글로 채워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조용하고 차분한 게시판이다. 진작에 이걸 봤더라면 이 사이트에 가입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공무원들의 서비스가 엉망이고 불친절하고 인터넷 쇼핑몰들은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느라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데 나는 오늘 정반대의 일을 겪었다.

등기 우편이 안 왔다는 전화에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강남우체국 직원과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마자 “죄송하다. 해당 집배원을 찾아 해결해보자”고 전화를 준 정보통신부 직원, 사무실까지의 거리가 꽤 되는 대도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도록 달려 온 집배원.

그리고 문제 해결보다는 게시판에 이미지 나빠지는 글을 올렸다며 성난 목소리로 고객에게 전화를 직접 해 온 예스티켓 관계자.

아무튼 앞으로 쇼핑몰에 가입할 때에는 게시판부터 살펴보고 가입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나치게 깨끗하고 세련된 포장 뒤에 날카로운 칼날을 감추고 있는 곳들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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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웹주소는 삭제했습니다. 제 글 보시고 그 사이트에 글 남기시는 분들이 계셨던 모양인데 어떤 글을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또 전화가 오네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쪽과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으니 글을 남기는 것은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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