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자동차는 내 인생의 중심에 있다. 물론 지금은 중심과 변두리가 바뀐 일상이지만 호시탐탐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튼 이 3가지 취미의 공통점은 DIY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

다만 문제는 공통적으로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그 횟수가 많아지거나 큰 거(?)라도 한방 터뜨리고 나면 몇 달간은 극도의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여행과 사진 그리고 자동차의 속성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자동차의 DIY는 꽤나 번거롭다. 일단 현대 과학의 집합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보니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바꿔보고자 하면 해당 분야의 지식이 필수다. 물론 동호회나 자료실을 뒤져 한시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해결한 문제는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격상 먼저 이론을 따져보고 구조도 등을 보고 연구를 한 후에 작업에 나가는 까닭에 간단한 미등 하나 바꾸는 데도 세월이다.

아무튼 DIY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긴 하다. 차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미등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전조등 램프 전체를 뜯어내야 하니 말이다. 시간도 꽤나 소모되고 서툰 공구질에 손에 상처가 나거나 엔진룸을 손보다가 기름때가 옷에 묻는 것은 보통이다.

그래도 DIY를 좋아하는 것은 기계는 정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작업이 정확하게 기계가 요구하는 수치에 맞으면 그에 합당하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 귀찮아서 슬그머니 처리해 둔 부분은 반드시 오류가 나기 마련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여행과 사진 그리고 자동차는 어쩌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덧 - 대체 국산차의 설명서는 왜 이리 부실하고 불친절한 지 모르겠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고 서비스센터 주소만 절반을 채우고 있는 설명서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정비업소에 가면 친절하고 정직하게 수리를 해주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DIY를 하게되는 이유 중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의 내 차의 역사(역사라고 해 봐야 두 대뿐이지만)를 돌이켜보면 평범함 속의 이방인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첫차인 액센트는 1.3이 대세인 흐름에 1.5를 구입해 타고 다녔고 두 번째 차인 아반테XD는 1.5나 1.6이 대세인 흐름에 2.0을 타고 다녔다. 가만 보면 내 성격하고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데 세상의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일탈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0년여를 운전을 하는 동안 초반기 그러니까 액센트를 타던 시절에는 자동차는 자동차 이상의 무엇도 아니었다. 단지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도구이거나 애인과의 둘만의 시간을 위한 소도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주였고 자동차 자체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어서 오랜만에 들른 카센터에서 “어, 이거 바꿔야 하는데..”라고 말하면 선뜻 바꾸는 전형적인 소시민이었다.

그러던 중 자동차가 그 자체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동호회에 가입하면서다. 아반테를 타고 있으니 아반테 동호회에는 당연히 가입을 했고 막연하게 괜찮아 보이던 (외양) 투스카니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게시판을 뒤적이던 나는 유난히 관심을 끄는 페이지를 찾게 되었다. 다름 아닌 “튜닝”게시판이다. 이전까지 튜닝이라 하면 머플러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음을 몰고다니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생각했었다. 고작 이동수단인 차에 돈을 들이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자동차 튜닝에 빠지는 사람들은 왜 그런 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해 보지 않고서는 말을 말자”라는 생활신조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 다음부터는 무작정 인터넷 검색창에 “튜닝”을 치고 하나 둘 자료를 읽어나갔고 내 차종인 아반테 그리고 투스카니 동호회에 올라오는 수 많은 튜닝 스토리를 보면서 지식을 쌓아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는 법이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사진을 시작할 때 겪었던 실수를 또 한 번 반복하게 되었다. 사진이나 자동차나 공통적인 것을 꼽으라면 외양에 대한 투자와 중복투자다. 외양에 대한 투자는 사실 투자라고 하기도 뭐한 퍼포먼스와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고 중복투자는 자신의 능력이나 소질에 맞지 않는 장비를 여러 번 교체하는 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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