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은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어느 누구의 삶도 자연의 순환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언젠가 과학기술이 아주 발전해 순리를 거스르는 때가 오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이글을 쓰고 읽는 이들에게는 해당은 없겠지 싶다. 

인류의 역사는 우주 아니 지구의 역사에 비해서 보잘 것없이 짧고.. 인간의 삶이라 해도 고작 100년을 버티기조차 힘든데 우리네들은 그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그리고 욕망할까.. 특히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 

참 속물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누구도 이 욕망 앞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 싶다.

그 대상이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인간은 무엇인가를 더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싶어 한다. 손 안에 넣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지언정 일단 손으로 그것을 잡아 내것으로 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 어느 생물보다 강하다. 

반면 자연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딱 균형이 유지될 정도만 바란다.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인 인간은 왜 그리도 바라는 것이 많을까..

당장 나 스스로도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시 정신적인 것이건 물질적인 것이건 말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솔로몬의 독백을 '당신은 다 가져봤으니 하는 말 아니오'라고 비난하며 '나도 일단 그렇게 가져보기라도 했으면 좋겠군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가진다는 것. 소유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이다. 생각 역시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조차 버리는.. 그런 연습을 해야 한다.


Nikon F5, AF-S Nikkor ED 17-35mm f/2.8D, LS-40, HDR Converted



오랜만에 접하는 따뜻한 느낌의 책이다. 글만 떼어놓아도 수필집으로 적당하고 사진만 떼어놓아도 사진집으로 적당하다. 적당한 글과 사진이 책장을 쉬이 넘기게 해 주는 책이다. 

인도라는 곳은 우리에게 어쩌면 막연한 동경의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삶과 철학을 주제로 한 여러 미디어들이 있어서겠지만 한 번쯤은 가 보고 싶다고 느끼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사진작가 고빈이 부러운 점은 무엇보다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 그리고 그네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사각의 공간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이 참 편안한 느낌인데 주로 아이들 사진이 많다. 아이들은 꾸밈이 없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 그 모습이 인간의 아니 모든 생명체의 본연의 모습인데 그 모습을 참 예쁘게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그 사진을 찍는 순간 완성된다. 내가 사진에 대한 의견을 바꾼 것인데 이 문장을 읽고 나와는 다른 의견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찍듯이 현재를 찍는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셔터버튼을 누르는 순간 날려 버리는 것이다. 작가의 개인사를 알 길은 없지만 작가 역시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많은 고민과 여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책의 구성은 괜찮다. 조금 긴 산문(작가의 여행기)을 처음에 싣고 페이지마다 작은 제목과 짧은 글 그리고 사진을 담고 있다. 딱히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넘겨 보아도 좋을 그런 구성인데 이점이 꽤나 마음에 든다.

작가의 글이 죽죽 늘어지지 않고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고 싶은 말만 적고 있는 점도 강한 인상을 준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해가 된다. 기행문 부분의 글은 조금 아쉬운 데 뭐랄까..작가만의 고유한 여행에 대한 느낌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어느 작가의 문체를 따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의 색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며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역시 인도는 언젠가는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작가의 생각이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을 찾아가보는 것도 그리고 그곳에서도 충분히 이런 글과 사진을 담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 그래도 좀 더 매력적이다.

종이가 잉크를 잘 먹는 탓에 사진들이 전반적으로 어둡게 나온 점은 아쉬웠다. 작가의 느낌을 담은 사진을 좀 더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그럼에도 종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냄새는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디지털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휴식 같은 느낌..바로 그 느낌이다.

밝게 웃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모습 그걸로 충분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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