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도발적이다. 띠지에 적힌 카피는 "돈이 모이는 곳에서 예술은 태어나고 발전한다"이다. 흔히 예술가들은 가난하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소리인가? 이책은 기존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른 면에서 예술작품을 바라본다.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천박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화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판매되야 화가들도 먹고 살 수가 있고 그래야 또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일응 타당한 이야기다.

꽤나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인 리자 게라드디니의 초상이라는 게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p.22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돈을 받고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으면 모나리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마네의 사회비판적인 시각이 없었으면 풀밭 위의 식사나 올랭피아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예술=돈의 공식을 적절히 활용한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를 돈만 밝히는 속물이라고 비판만 할 수 있을까? 초야에 묻혀 있는 예술품들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은 다름 아닌 경매장이다. 이율배반적으로 들리지만 이렇게 예술은 시대와 돈 그리고 권력과 떼기 어려운 관계인 셈이다.


누드에 대한 위선, 그에 대한 거침없는 반격. 마네의 올랭피아. p99

또한 예술가들의 권력, 사회통념과의 대결 구도를 그린다. 돈과 권력...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세력들과 때로는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이제까지의 역사를 만들어온 장본인이다. 이책에서는 이 두 가지 구조를 큰 틀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물론 권력과 사회통념에 맞서 싸우는 일종의 투쟁에 대한 언급은 많지는 않다. 과거 TV프로그램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만한 주제와 이야기 위주로 풀어갔기 때문이리라..


 워홀의 오렌지 마릴린. 이 작품의 가격은? 145억 원이다. p 157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면 시대순이지만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보면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진행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파리로 다시 뉴욕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로 넘어 오는 이야기의 진행은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따른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시대에 따른 권력의 이동, 경제의 이동에 대한 흐름이라 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시대에 대한 교묘한 비판.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p121

그 흐름 속에서 흐름에 동화하며 혹은 흐름에 역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했던 예술가들을 통해 예술이라는 것의 사회적인 면을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책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미술사와 작가들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상과의 긴밀한 연관을 다루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읽기가 수월하다. 무엇보다 기존에 잘 모르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신선하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명작스캔들과의 비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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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아도 TV를 보아도 혹은 주변의 사람들을 보아도 무엇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라는 의문만 커진다. 참 인생을 살맛나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들 죽지 못해 산다거나 그냥 태어났으니 할 수 없이 살아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겉으로 보기에 뭔가 거창해보이는 사람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물질적인 육체적인 쾌락과 탐욕을 쫓아갈 뿐이고 그런 순간적인 찰라에 만족하며 배를 두드리고 있다. 자기들 딴에는 멋지게 살아간다고 자평하고 있을 지는 몰라도 기름진 뱃살만 찌울 뿐 감정은 텅 비어버린 허깨비같은 군상일 뿐이다.

먹고살 걱정때문에 혹은 남아 있는 가족들때문에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인간성조차 잃어가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때로는 그들을 부러워하며 때로는 그들을 시기하며 현재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결국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어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인생의 모습이다.

자본주의의 특성상 인격보다는 돈의 많고 적음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는 시대니 그 탓을 해봐야 결국 애꿎은 소주잔만 기울이게 되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 버티고 버텨봐야 넘어설 수 없는 벽에 한숨만 쉬며 살아가는 것이 또한 우리네 모습이다.

어떤 삶의 모습이건 결국 죽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인데 왜 그렇게들 집착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인지...

Nikon F5, AF-24-85mm f/2.8~4, Ilford Delta,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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