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알파벳이 참 많이 등장한다. 'A양이 B군을 때렸는데 지나가던 C가 이를 보고 뜯어 말리다가 다쳤다'는 식의 기사다. 기자들 아니 데스크 입장에서는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고 알파벳 이니셜로 표시하면 나중에도 뒤탈(?)이 없을테니 일단 내보내고 본다. 독자들은 이런 기사를 보면 당황스럽다. 기자되기가 참 쉽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소위 '아니면 말고'가 온 나라에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 있다.

알파벳 놀이를 하다보니 기자 본인이 틀리기도 한다.

아래 기사는 오늘자 모 언론사(?)의 기사인데 나중에 고칠 우려가 있어서 일단 캡쳐를 해 두었다.



제목 자체도 일단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는 식이다. 요즘은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으면 독자들이 눌러보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건 독자를 무시해도 한참 무시하는 태도다. 정말 좋은 기사는 제목이 없어도 독자들이 찾아다니면서 읽는다.

위 기사를 보면 역시나 알파벳이 등장한다. A고교의 B양이 투신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경찰은 K양을 조사하고 있다. 여기서 등장한  K는 누구인가? 우리 경찰이 실수를 한 것인가? 입력 실수라고 보기에도 영문자 B와 K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두 번째 단락의 문장은 주어술어 구분도 애매하다. 아무리 기자되기가 쉬워진 세상이긴 하지만 이 문장은 대체 어떻게 읽어야할지 난감하다. 글자의 나열일뿐이지 기자가 쓴 기사라고 하기는 아무리봐도 어렵다.

알파벳 놀이에 문장은 엉키고..요즘 기자라고 명함을 들고다니는 이들의 현 주소가 이렇다면 꽤나 우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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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화재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뭔가 제목이 특이한 기사가 있어 클릭을 해봤다.

이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처음 읽어내려 갈 때는 별 무리가 없어보이는 데 중간쯤 가면 신파조의 문체가 나와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마치 한여름 풍경을 전하는 방송사 기자의 전형적인 멘트인 "해변가는 이미 수많은 인파로 입추의 여지가 없고... "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속도로는 마치 거대한 주차장을 연상시키며.."와 별 차이가 없다. 기사라는 것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 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읽다보니 기자의 주관이 참 많이도 들어가 있다. 마치 기자는 전지적 작가가 된 듯한 모습으로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주변 상황까지 그려내고 있다. 요즘 워낙에 이런 기사가 많으니 그려려니 하고 화면을 닫으려는데...

아래 쪽의 답글을 보고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우신조의 혜택을 받아 다른 여성을 구한 이는 '조' 씨인가? "권" 씨인가?

요즘은 기자들도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양산해낸다. 온라인 미디어의 급증으로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의 수도 많아졌다. 소위 메이저 일간지들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낮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정통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기사를 만나기는 참 어려워진 셈이다.

일간지도 아니고 월간지에서 처음 기자 생활을 했던 나도 사실과 어긋난 기사를 쓰면 말 그대로 재털이가 날아왔었는데...요즘 기자들의 근무 여건이 아주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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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난 기억들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앨범을 뒤적인다거나 편지를 다시금 열어보는 것이외에 딱히 이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 없어지거나 편지조차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내게 그런 기억이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내 모습을 글자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바로 인터넷 덕분이다. 특히나 구글 검색을 이용하면 내 이름과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몇몇 단어들만 같이 넣어주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나에 대한 정보들을 나열해준다.

컴퓨터 잡지 기자로 활동했던 덕분에 비교적 인터넷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단 기사 뿐 아니라 여러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적었던 글이나 사진.. 나는 잊고 있었지만 그 단편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현실이었다.

내가 죽은 이후에도 이런 단편들은 꾸준히 남아 나의 기억을 대신할텐데...

문명이 발달하면 할 수록 나를 지우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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