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진짜 펜을 들어 글을 써봤습니다.

잉크를 찍어 쓰는 펜은 어쩐지 글을 정말 쓴다는 느낌도 들도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필기구에 이리저리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Rubinato, Sailor Jentle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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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시간을 지배한다’는 카피 문구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는 펜의 흔적은 내 의도를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남겨둔 채 나조차도 그 기억이 사라져 버린 사이 누군가 그 기록을 보고 상처를 받는다면? 요즘처럼 개인화된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기장에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적어두었는데 우연히 방 청소를 하시던 어머니가 그 일기장을 열어보고 상심하셨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웹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공개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적인 상념은 상념으로 그치거나 일기장에 적어 두면 될 일인데 이것을 굳이 네트워크 상에 올려둘 필요가 있을까. 그나마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라면 문제가 덜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여과없는 감상을 적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조차 애매한 요즘 오히려 부정적인 여파는 온라인이 더 크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는 out of sight, out of mind가 설득력을 얻을지 몰라도 시간과 공간 자체를 무너뜨리는 온라인에서는 1년 전의 메모 하나에 혹은 10년 전의 메모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글쓰기는 신중해야 한다. 글을 적기가 그 어느 곳보다 쉽고 수정도 쉽고 하다못해 지우기도 참 편한 공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아카이브에서 이미 사라진 홈페이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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