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그걸 알려고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아직 뭔지 모르겠어..

그러는 자네는 뭐라고 생각하나?


Contax T3, Fuji Reala, LS-40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내린 비였습니다. 저곳은 마을버스를 타는 곳인데 아가씨 한 명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내리는 비를 그대로 다 맞고 있더군요. 표정은 잘 안 보이지만 뭐랄까 황당하다는 웃음...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쏟아지니 어쩔 수가 없었던 거죠.

뒤의 천막에라도 가 비를 피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이미 워낙 많이 맞은터라 이제와서 비를 피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죠.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한번에 터져버려서 그저 손을 놓고 쏟아져들어오는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 순간..

아마도 그 당시 저분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와 생각을 해봅니다. 딱 10년 전의 사진인데 동네도 지금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지금 저곳에 가보면 남아있는 가게는 하나도 없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요즘은 3년정도면 강산이 변하는 것 같네요. 아니 스마트폰 한대가 새로 나오는 1년이면 변할까요?

흑백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 아련한 향수처럼 다가옵니다. 일전에 앞으로 가능한 흑백 촬영을 하겠다 했었는데 이전의 사진 스캔 폴더를 뒤적여보면 생각보다 흑백사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흑백 필름은 스캔작업이 제법 까다로운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재미가 붙어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후지 리얼라가 원판이고 사후에 라이트룸에서 레드 필터를 적용시킨 것입니다.


Contax T3, RealaLS-40 film scan


강화도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종종 다녔는데 차를 팔고난 이후에는 좀처럼 가기가 쉽지 않다. 강화도를 즐겨 찾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다가 있고 유적지가 있다는 점때문이다. 

집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가면 두 시간 남짓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운이 좋으면 석양도 볼 수 있고 곳곳에 유적지가 있어 맘 편하게 쉴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지난 2009년도던가 수도원에 들를 일이 있어 참 오랜만에 강화를 찾았을 때도 볼일을 마치고 근처의 유적지마다 들러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달라질 것도 사실 많지는 않지만) 그 풍경에 마음이 놓이곤 했다.

여러가지 일들이 마무리되고 이제 본격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니 이전의 기억들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그렇게 털어버린 것이 시원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으로 여운이 남아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선은 분명하게 그어진 셈이니 뒤돌아볼 이유도 필요도 없어졌다.

아무튼 오늘같은 날에는 바다가 보고 싶다. 딱히 어느 바다인지 구체적이지 않아도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나 제멋대로의 파도가 백사장을 때리는 그래서 그 아무렇지도 않음이 오히려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런 바다가 보고 싶다. 

Contax T3, LS-40 Film S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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