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란 묘한 것이어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어지간해서는 긍정보다 부정의 감정이 크게 작용하지만 막상 그 관계가 끝나고 나면 부정보다는 긍정의 감정이 크게 작용한다. 사람과의 관계건 혹은 사물과의 관계건 그래서 그 관계가 끝난 후에 자신의 실수나 더 잘 하지 못 했던 것들에 대한 회한의 감정이 종종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가 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후의 보상심리일 뿐이다. 다시 만난다면 혹은 다시 그것을 갖게 된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과 스스로에 대한 약속은 이미 끝이 나 버린 관계에 대해 자신의 '탓'이 아님을 그래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자신에게 납득시키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도 몇 번인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생각이 다다른 곳은 '다시' 만나거나 '다시' 갖게 되더라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적어도 그 '대상'이 같다면 행동이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마음과 다짐으로 새로운 이를 만나거나 새로운 것을 들이는 것이 더 낫다. 

관계가 깨진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는 이유' 이외의 수도 없이 많은 '알지 못 하는 이유들' 때문이다. 그 알지 못 하는 이유들은 끝끝내 해소될 수 없기에 '되돌림'은 오히려 서로에게 남겨진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할 뿐이다.

다시 되돌이키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나'를 버릴 때다. 내가 상대에게 혹은 어떤 사물에 완전히 몰입되어 내 존재가 사라질 지경에 이른다면 그땐 비로소 과거의 어떤 오류나 엇갈림도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에 귀의한다거나 어떤 신념에 스스로를 버리는 경우가 드문 예일 뿐..


Nikon D300, AF-S 35mm f/1.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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