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캐논 RF 기종인 QL-17이라는 재밌는 카메라로 사진반에 들어가면서부터 사진에 입문했으니 사진과 함께 살아온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이런저런 핑계로 카메라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지만 다시 예전처럼 기약도 없는 출사를 떠나야 한다고 최면을 끊임없이 걸고 있는 중이다.


내 사진인생의 서막을 알린 캐논 G3 QL17


그동안 흔히 말하는 ‘장비병’에 걸려서 이런저런 장비들을 참 많이도 써봤다. 예전에 있던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사용했던 장비들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들을 올려두었는데 그 홈페이지가 문을 닫고 나니 허전한 느낌도 있고 혹시라도 내가 사용해본 장비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이곳에 다시 적어볼까 한다.

도박을 취미로 삼으면 한 순간에 쪽박을 차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면 평생 서서히 망한다는 농담도 있지만 사실 이 장비병에 걸리면 헤어나기 어려운 면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나 플래그십으로 꼽히는 바디(카메라 본체를 바디라고 부른다)나 렌즈에 대한 동호인들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여서 한 달 혹은 몇 달치 월급이 날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만을 말하자면 사진을 보고 선예도가 어떻다느니 공간감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사진 자체보다 기술적인 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습관적인 발언이지만 사진보다 장비가 우선시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바뀐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뭔가 새로운 장비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갑자기 눈이 밝아지는 걸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장비병 환자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다.

사진장비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순전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순서도 없이 적어가려고 한다. 한 가지 기준을 세우자면 그것은 메이커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사진장비 메이커가 있지만 그것들을 전부 다루기에는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크고...

장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것들도 함께 적어갈 생각이다. 첫 번째로 다룰 장비는 니콘의 명기 중의 명기로 꼽히는 F3 시리즈다. 내가 사용해본 F3hp, F3P, F3T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로 어쩌면 평생 작업이 될 지도 모르는 사진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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