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G의 이어폰을 다시 구하게 될 줄은 몰랐는 데 벌써 귀가 익어버린 것이었을까 처음으로 AKG를 접하게 해 준 K321이 결국 오래 버티지 못 하고 단선으로 짧은 동거를 마감하면서 굳이 이어폰에 돈 쓰는 일은 그만두자 싶어 책상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젠하이저 MX400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MX400은 아마 현존하는 이어폰 중에 거의 독보적인 가성비와 내구성을 가진 이어폰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퇴근 후 돌아온 책상 위에는 이 녀석이 고이 놓여 있었다.


K319는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힌 기종이다. 성능에 대해서는 평이 다소 극단적인데 좋아하는 이들은 아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들은 아주 싫어한달까? 아무튼 내가 이 녀석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아주 간단하다. 고음이 강하다는 점이다. 사실 중저음 혹은 저음이 강한 이어폰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고음이 강한 이어폰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청음에 있어서 전문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공간감이니 해상력이니 하는 말은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이건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공간감이니 해상도니 하는 말을 하는 것에 어지간히 거부감이 있었는데 음향기기에 있어서도 비슷한 모양이다. 일반적인 평가로는 K319의 공간감과 해상력은 칭찬을 받고 있는데 내 귀 탓이겠지만 뭐라고 딱 집어내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복잡한 수치나 어려운 용어보다 고음 영역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줄 기종을 찾아본 것이고 K319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왜 적어도..라는 표현을 썼냐면 고음 영역이 강조되다 보니 저음 영역이 묻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기종을 구입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므로 이퀄라이저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오픈형이기 때문에 외부의 소음에 저음이 좀 더 묻혀버리기도 한다. 반면 이어폰 볼륨을 좀 올리면 외부로 음이 많이 새는 편인데 조용한 곳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음역은 예상대로 고음형이다. 높은 영역의 소리를 비교적 잘 잡아내고 내가 즐기는 스타일은 날카로운 소리를 구현해낸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엇갈릴텐데 워낙에 고음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 정도면 제법 쓸만하지 싶다. 물론 그만큼 무게감은 떨어지는데 듣는 곡에 따라 적당히 이퀄라이저로 손을 보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편하다. 아무튼 뭐랄까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고음을 구현해내고 있다는 표현이면 K319를 짧게 평가하는 말일듯하다. 중저음 이어폰을 쓰면서 이퀄라이저로 해결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퀄라이저가 없는 기기라면?

음을 구현해내는데 있어서는 딱히 아쉬운 점은 없는데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보면 사용자지향형은 아니지 싶은 생각이다. 이 녀석은 무엇보다 귀를 탄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청음 매장이 있다면 꼭 방문해보기를 권하는데 다른 의미가 아니라 유닛의 크기가 애매하다. 크다는 사람도 있고 딱 맞는다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약간 크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이유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귀에 약간의 부담이 온다. 볼륨조절기가 본체에 딱 고정이 되어 있지 않아 움직일 때 딸가락 하는 소리가 귀에 그대로 전해지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이라면 지나치게 짧은 메인선이다. 연장선은 거의 필수인데 연장선을 연결하고(물론 박스에 들어있지만...) 나면 볼륨조절기(크기가 좀 크지 싶다!) 특유의 무게와 더해져 제법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다. 뭔가 주렁주렁 달린 분위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양쪽으로 분리되는 케이블이 비대칭(한쪽을 목 뒤로 돌릴 수 있는)이 아닌 Y형 이기 때문에 목 뒤로 케이블을 넘기는 것에 익숙하다면 처음엔 제법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록(?)으로 주는 하드케이스는 꽤 유용하다. 4.3인치 액정인 내 디자이어HD도 들어갈 정도다. 이어폰 하나만 담기에는 공간이 남아 돌고 이어폰만을 보관하기는 불친절한 내부 구조지만 이것저것 담아놓고 보면 든든한 느낌이다. 물론 주머니에는 안 들어가고 가방에 담아야 한다.

내게 있어 K319가 주는 인상은 예전에 사용하던 소니의 E888의 그 느낌이다. 뭐랄까 귀에 처음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때 '아..'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그런 느낌말이다. 음악을 듣기에 참 좋은데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하고...아마 이해들 하시리라..

물론 좀 더 고가형 기종으로 가면 훨씬 더 강한 인상을 주는 녀석들이 많이 있겠지만 막귀인 내게는 그런 기종은 사치일 뿐이다. (물론 K319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만만한 가격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K319는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쓸만한 녀석이다. 딱 오픈형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커널형도 아닌 녀석인지라 보통 세미오픈형이라고 하는데 아마 귀에 밀착되는 느낌이 강해서인 것 같다.

아무튼 K319정도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급기로 진입하기 전의 입문기로서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다만 좀 더 나은 음질을 원한다면 이어폰으로는 어느 정도의 무리는 있지 않을까 싶고 헤드폰 영역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덧..여담이지만 AKG의 홈페이지에서는 K319를 찾을 수가 없다. 단종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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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결혼 동기가 클래식이었던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음악이 있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듣고 있는 것에 익숙해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반 친구의 지도(?)로 팝송에 입문을 했고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도 주로 듣는 음악은 가요보다는 외국 장르가 더 많다. 클래식과 재즈, 뉴에이지와 팝은 제법 익숙한데 가요도 요즘은 제법 많이 듣는 편이다. 아마도 운전을 하게되면서 차안에서 편하게 들을 음악을 찾다보니 가요가 제격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음악보다는 휴대폰에 넣어둔 드라마 시리즈 보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우연치않게 아이팟을 선물받게 되면서 다시 예전의 음악을 끼고 살던 시절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아이팟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써볼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는데 무엇보다 아이튠즈라는 제법 불편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선입견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냥 음악만 넣어서 들으면 되지 뭐가 그리도 손댈 것이 많은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팟이 생기고나니 어쩔 수 없이 아이튠즈를 써야했는데 별 것 아니겠지하는 자만심으로 가지고 놀다가 몇번 아이팟의 음악을 홀랑 날려보리고서야 이거 제대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카페도 가입해보고 복잡한 설명서도 읽으면서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나니 생각보다 쓸만한 소프트웨어인 것 같다. 특히 관리라는 면에서는 이만한 소프트웨어가 없지 싶다. 우리나라에도 아이리버의 아이리버 플러스3이 유사한 기능을 한다.



아무튼 아이팟, 이거 생각보다 투자할 것도 많고 신경쓸 것도 많은 기기다. 그냥 MP3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면 속 편한데 내 성격상 무슨 기기가 하나 있으면 완벽하게 세팅을 해주어야 하는 탓에 제법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

특히 조금 당황했던 것은 액세서리류다. 종류도 굉장히 많고 가격도 제법 비싸다. 케이스 하나를 사려고 해도 본체 기기의 6분의 1정도의 비용이 드는 녀석도 있다.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니 내 취향에 맞는 것은 크리스탈 케이스다. 실리콘 케이스는 느낌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휠이 안 돌아간다...(사실 조금 좋은 실리콘 케이스를 하나 구입했다가 빠지지가 않아서 혼자 성질 부리다가 아이팟 뒷면에 긴 스크래치를 하나 남겼다...성격이 이 모양이다..)

그나마 조금 마음에 드는 케이스(?)를 발견했는데


이건 케이스라기보다는 일종의 스킨으로 아이팟 전체를 감사는 방식인데 일단 마음에는 드는 데 주문한 것이 도착해봐야 알 것 같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단점인 만져보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아무튼 아이팟이 식구로 들어오면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 투자는 이어폰이다. 이전부터 잘 쓰고 있는 소니의 E888이 있기는 한데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바뀌는지 요즘은 중저음 영역에 대한 애착이 생겨서 새로 주문을 넣은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다. 커널형 이어폰은 잘못 사용하면 귀가 조금 아픈 경향이 있는데 원음을 그대로 귀안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미세한 음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비교적 훌륭하다고 생각이 된다. 메이커만 보고 고가의 이어폰을 산 것이 아니냐고 할 분도 계시겠지만 이 녀석은 메트로 버전으로 보급형이라 UE의 다른 제품처럼 황당한 가격은 아니다. 이 이어폰에 대한 느낌은 며칠 후에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조그마한 아이팟 하나가 생기면서 본체 가격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음악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그만한 값어치는 하지 싶다.



그동안 참 많은 이어폰을 써 왔다. 워크맨 시절부터 음악 듣기를 워낙 좋아했으니 그동안 바꾼 이어폰만 해도 상당한 수가 되지 싶다. 딱히 음악을 듣는 뛰어난 음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음악을 듣는 취향이 있다보니 이어폰 고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선호하는 이어폰은 젠하이저와 오디오 테크니카 두 종류다. 젠하이저의 MX시리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당히 우수한 음질을 들려준다(물론 헤드폰으로 가면 젠하이저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이어폰은 뭐랄까 차가운 느낌이 강하다면 어울릴까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가장 최근까지 사용한 이어폰은 오디오 테크니카의 제품이었다.

커널형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여러 번 생겨서 -특히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는 지를 전혀 듣지 못한다던가 뒤에서 차가 와도 알지 못하는 점, 생각보다 귀가 아픈 점-새로 이어폰을 바꾸기로 생각하고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E888을 발견했다. 명성(?)은 익히 알고 있는 기종이고 이어폰 논쟁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어서 그다지 인상이 좋지는 않았는데 내 오랜 습관인 "해보지 않고 말을 말자"가 발동을 해서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이어폰 정도(?)를 쓰면서 에이징을 해야 하는 지는 반론의 여지가 많지만 여기저기 게시판을 수소문해본 결과 확연한 단점으로 지적되는 진동판이 약하다는 평에 소심해져서 일단 볼륨을 적게 해서 들어보았다. 첫 느낌은 '이거 좀 답답한데..'였다. 하지만 몇 곡정도 이어서 들어보니 답답하다기 보다는 음 자체에 상당히 충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자체에 충실하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다. 물론 음 자체를 가장 잘 살린 이어폰은 개인적으로는 오디오 테크니카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만 E888도 이 정도면 꽤나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0년을 이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사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내구성, 선꼬임 등의 문제는 직접 사용해보니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를 높이면 진동판이 고장난다던가하는 부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에 이야기한 것같지만 난 사진 장비를 이야기할 때도 렌즈의 해상력이니 공간감이니 하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은 논쟁을 삼가는 편이다-이것처럼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E888의 음색, 해상력 등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특히나 음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면이 강한 영역인데 무작정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오랜만에 꽤나 마음에 드는 이어폰이다. "대충 소리만 잘 들리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어폰을 바꿔보는 것도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소위 명품으로 소문난 장비들을 써볼 수도 있지만 가장 현명한 것은 적당한 비용에 적당한 성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음의 본래 모습을 비교적 잘 살리고 있는 E888도 괜찮은 선택이다. 번들 이어폰을 쓰던 사람이라면 특히 그 차이가 확 드러날테고 어느 정도 이어폰을 섭렵한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이 독특한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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