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블로그에 다시 돌아왔다. 결혼과 동시에 임시휴업에 들어갔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바쁜 일상과 편집해야 할 사진들이 너무 많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방치한 지 어느새 1년이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다시 마음을 돌이키기 위함이다. '사진'과 '글'을 내 인생의 큰 주제였고 일상의 번거로움 속에서도 '나'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던 큰 버팀목이다. 지난 1년간은 오히려 일상이 나를 압도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매일 사진과 글을 올리겠다는 다짐은 안 할 생각이다. 우선은 작년 5월 이후 멈추었던 사진에 대한 글을 적는 것부터 시작할테고 그렇게 하나 둘씩 글을 적어나가다 보면 예전의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 사진 실력은 원래도 일천했는데 1년간 거의 아이폰만 쓰다 보니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사진 역시 SLR을 들고 나가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다보니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블로그를 다시 꾸려가는 것이 조금은 쉬울지도 모르겠다.


"이 어려운 시기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3포니 5포니 해서 이 땅의 남녀가 결혼은 그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로 생각하게 된 요즘. 다른 이유없이 오직 서로에 대한 마음만으로 한 가정을 만들게 됐다. 어려서부터 내 꿈이랄까.. 항상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던 것은 내 가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세파에 시달리는 동안 절실하게 느껴왔다.

그리고 지금 길 위에서 만나 길을 함께 걷던 이와 남은 생을 또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우리 둘을 이어지게 해 준 곳이 이 블로그이고 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된 장소에서 우리 둘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서로의 마음 속에서 그려 본다.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요즘의 풍조지만 우리 둘에게는 그저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의 시작이자 끝은 '나눔'이 아닐까. 도란도란 두 사람만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세상살이야 다 고만고만한 것 아닐까.

우리는 서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가까이 있어주었다. 이거면 된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힘들 때 그리고 가장 기쁠 때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된다. 삶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일도 아니고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이 충실되게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세상과 맞서 나가면 되는 것. 

그녀를 알게된 지 햇수로 4년이 되었고 연애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되었고 앞으로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하게 되었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모아온 내 사진들은 눈풍경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편 생각해보면 겨울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눈'을 좋아하기 때문에 겨울이라는 계절에 좀 더 애착을 갖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 겨울에는 눈을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작년 초겨울 지리산행에서 눈 덮인 산의 장관을 미리 보기도 했고 눈보라에 몸조차 가누기 힘든 한라산 정상에 올라 원없이 눈 속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역시나 눈에 대한 갈증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는다.

그리고 벌써 해가 바뀌어 1월인데 여전히 눈 소식은 없다. 물론 눈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 아쉬움이 맴도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요즘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상청 예보를 들여다봐도 달라진 것은 없고 이렇게 1월이 지나고 나면 곧 입춘인데 괜시리 조바심마저 나는 걸 보면 어지간히 눈 내리는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 큰 모양이다.


무정. 한자로 '無情'이다. 뜻풀이를 보자면 '남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음.' 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른 표현을 빌려보자면 '삭막'이라는 단어가 이 '무정'과 일맥상통한다.

요즘의 우리네 삶이 정이 없고 삭막해진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디지털'이 미친 영향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편리'를 위해 끝을 모르고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뾰족함에 아날로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이리저리 찟기고 있는 모습이다. 집 밖으로 나가 몇 걸음만 걸으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 속의 세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더 이상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스스로 세상과 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누구도 스마트폰 속에 빠져들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거북목이 되어 거리를 떠 돈다. 디지털이라는 거창해보이는 단어에 빠진 유령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화일 뿐이지'라며 가볍게 넘겨버린 데몰리션맨의 세계가 현실 속에서 벌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그런 세상이 바로 눈 앞의 현실로 펼쳐져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스캔한 필름들을 뒤적여본다. 한 장 한 장 마운트 되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아날로그 세상을 형광등에 비춰본다. 내개 남은 얼마되지 않는 슬라이드들은 그렇게 방 한 구석에서 먼지에 덮여 가고 있지만 난 이것들을 버릴 생각은 없다. 고장난 턴테이블 위에 낡은 LP판을 올려보는 어리석음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름의 한복판으로 시계바늘이 움직인다. 가만히 있어도 등 뒤로 땀이 흐르는 계절이다. 

여름이니 어쩌겠어? 라고 생각하는 외에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어제 서점에서 한참을 들여다본 실존주의 몇몇 문장이 여전히 두통을 불러오는 밤이다.

담배를 끊은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엄밀하게 말하면 연초를 끊은 것이지만...

2014년 여름은 이렇게 흘러간다.


Nikon F5, 135mm f/2 DC, Soft filter, LS-40



인연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수 많은 만남들 속에서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마주 보게 되고 그리고 같은 풍경을 바라 보게 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우리는 길에서 처음 마주쳤죠.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답니다. 걸음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소중한 기억입니다. 서로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같은 목적을 가진 만남이기 때문이죠.. 내가 언제부터 그대를 내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여러 번의 걸음과 마주침 속에서 천천히 내 마음에 젖어들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어울리지 싶습니다.

천천히 마음에 새겨지는 인연은 어느날 갑자기 마주치는 인연보다 여운이 큰 것 같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인연도 물론 좋겠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이어진 인연이라면 그 깊이가 더 깊지 않을까요. 아직 어색하고 왠지 쑥스럽고 마주 보면 어디로 눈을 두어야할지 모르는 우리지만... 그대라는 이유로...나라는 이유로 시작된 인연이기에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떤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죠. 그렇게 해 나가자고 이야기했죠. 그 안에서 다른 모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해 나가고 있지요. 그것이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는 동안 당신에게서 내게로 그리고 내게서 당신에게로 전해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인연의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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