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검정능력시험이라는 시험이 있다. 아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또 모를 그럴 시험인데 적어도 수험생들에게는 익숙한 시험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 역사에 대해 잘 알고 한글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실제로 그러질 못 하니 시험으로까지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관리하는 곳은 국사편찬위원회다. 다만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전용 홈페이지로 가야 한다.

자, 민족을 안고 세계로 가려면 국사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험이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국사를 열심히 배우지만 막상 시험이라면 꺼려진다. 토익처럼 말 그대로 국민시험도 아니다보니 선뜻 응시하기가 어렵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아래 표와 같이 급수가 나뉘는데 소위 어디 명함 좀 내밀려면 고급은 통과해야 한다.

50문제인데다가 5지 선다형이다. 제한시간은 80분. 문제를 읽고 뭔가 생각할 여유는 없다. 대부분의 시험이 그렇듯이 지문을 보고 바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험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 

이미 시중에 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많은 교재들이 있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 과목이기도 하니 자료는 그야말로 바닥에 깔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책을 잘못 고르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크게 낭비다. 수험생들에게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해볼까 한다.

책 제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조금 난감하다. 시험 이름이 그대로 책 제목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문제 고급 1·2급"이다. 풀판사는 운전면허시험을 치러본 사람들이라면 친숙한 크라운출판사다. 저자인 최영욱 강사는 이 바닥(?)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특히나 동영상 강의가 인기인데 홈페이지에 가 보면 시범강의를 볼 수 있으니 들러보도록 하자.

본문은 컬러풀하다. 각종 유물들과 지도 등을 컬러 사진으로 싣고 있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의 구성방식은 개조식 서술에 가깝다. 이건 읽는 이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빠르게 흐름을 잡으려는 이들에게는 적당한 방법이다. 단원마다 실제 기출문제를 싣고 있어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공부해야할지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종이질은 약간 광택이 나는 재질인데 컬러 인쇄를 배려한 방식이지만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구성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역사라는 과목의 특성상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물론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테마별로 정리를 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책은 그런 면에서 초심자가 빠르게  역사의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진 수험생이 막판 반복학습을 할 때 적당할 정도의 분량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사 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들을 책 날개 부분에 따로 뽑아 두고 있다. 이 부분은 그 자체로서 문항으로 바로 반영되기 쉬운 부분이다보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별도로 지면에서 독립시켜 두고 있어 사료 자료만의 독립적인 학습도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상과부의 개가를 허용하라!"

중간중간에 형광펜으로 칠한 듯한 부분은 저자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으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니 세밀한 학습이 요구된다. 이 표시들만 죽 훑어봐도 전체적인 내용의 강약조절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압축된 내용의 교재라도 결국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강사가 강조한 부분과 자신이 판단한 부분을 잘 조화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글만 써 있다면 이해도 안 되고 암기도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376페이지라는 분량으로 고급을 통과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압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분량이야 늘리고 싶으면 언제든지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시험장에서 결국 필요한 것이 서브노트와 같은 얇은 분량의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연표다. 책 뒷면에 고이 접혀 있는 연표를 펼치면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꽤 넓고 큰 데다가 빈 공간이 많은 편이니 벽에 붙여 두고 그때그때 보면서 추가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첨부해 나가면 자신만의 좋은 압축 학습 교재가 될 것이다.

이책을 구입하면 동영상 CD와 인강 30% 할인쿠폰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책은 인강과 동시에 공부할 때 효과가 배가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사 본인의 강의의 핵심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자 그럼 실제로 강의와 책을 어떻게 조화시키면 좋을지 최영욱 강사의 샘플 강의를 들어보자. 


구석기시대 from Realhistory on Vimeo.







쉽지 않겠다 싶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의 분량을 떠나 줄거리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흔히 접하는 불륜으로 인해 상처 입은 아내가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과는 반대의 상황이다. 주인공은 남편이다. 이 독특한 시점은 기존에 다른 매체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던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지레 짐작조차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이것 역시 남성적인 편견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며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겪은 가장 큰 저항은 특유의 편지 쓰기식 서술이었다. 이 부분은 독자에 따라서는 꽤 마음에 들어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결국 작가가 작품 안에 온전히 생각을 담아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수신자로 등장하는 수 많은 이들이 과연 허조그의 심리상태 나아가 이책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저항은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찌질하기 그지 없는 주인공의 신세한탄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독자에 따라서는 인간적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무능력 그 자체고 그 무능력을 스스로 돌파하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놔두고 이런저런 변명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면이 지나칠 정도여서 읽기가 수월치 않았다. 물론 작가의 의도겠지만 이렇게까지 무능력한 주인공은 참 오랜만에 만났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대단하다. 처음부터 거의 끝부분에 이르기까지 자포자기하고 무기력에 찌든 상태를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의 대부분은 이 신세한탄으로 채워져 있다. 어떤 독자라면 이 어둡고 찌든 분위기가 몸서리쳐지도록 싫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란 영 쉽지가 않았는데 결국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은 자주적인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 한다.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군상의 나약함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런 이유로 결말 역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뭐랄까 자신에게 닥친 황당하고-그 성격에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불운한 상황들을 나름 희극적으로 돌파해보려는 의지가 아주 가끔 엿보이기는 했지만 과연 결론이 허조그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것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나는 글쎄..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 살아짐을 당한 전형적인 수동태적인 삶을 산 허조그이고 그런 일관된 흐름 안에서 마지막 결론은 작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끼게 했으니 말이다. 

번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원서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현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자가 풀어가는 방식은 제법 진부했다. 솔 벨로의 문체 자체가 그렇다면 달리 할 말은 없겠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표현이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나 작품 해설은 독자를 생각하고 쓴 것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않다. 책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이 워낙에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번역이었다.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은 책을 펼친 이래 마지막까지 가시질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쉽게 상처입고 쉽게 넘어지는 우리네 삶의 모습 그리고 그 상처와 넘어짐을 쉽게 극복하지 못 하고 절망의 나락 속에 빠져드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때로는 현실의 복잡함과 마음의 괴로움을 잊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시간이 좀 더 지나고나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여간해서는 읽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를 적어 놓는 경우가 워낙에 많아서다. 특히나 대선을 앞두고 출마자 중의 한 명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책이라면 읽지 않아도 대충 내용이 보일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책을 구입했다.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막연한 호감인지 아니면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제목은 의외로 간결하다. '안철수의 생각'이다. 사실 그게 지금은 가장 필요한 시점이고 정확한 제목이다.

판매량이 많은 까닭인지 방금 찍어낸듯한 종이향이 코를 찌를 정도다. 하얀 표지와 간단한 사진 한 장 그리고 진한 종이향이 스며든 책을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겨본다. 책은 총3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4편이다. 맺는 글인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역시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1장과 마지막 장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2장과 3장은 사회 전반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엮은이도 이야기했지만 안철수 교수가 이렇게 다방면에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2장과 3장은 마치 국정운영의 지표로 삼을 청사진과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만약 안 교수가 출마를 하게된다면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건 정치를 하게된다면 이책은 그의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를 평가할 지표가 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하겠다라는 점을 이렇게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한편에서는 과욕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그만큼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증거도 되는 셈이니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있는 일이 되겠지 싶다.

대담 형식으로 쓰여 있어 읽어나가는데 큰 부담이 없고 방송에서 본 그의 말투며 표정이 책을 읽어나가는동안 그대로 재연되는듯한 느낌을 주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자기자랑'이 등장한다는 점. 그러나 나는 이것을 자랑이 아닌 자신감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루어낸 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이룸을 어떻게 만들어냈다고 스스로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안철수를 놓고 볼 때 꽤나 부러운 점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엘리트의 패배를 모르는 삶을 산 것이 아닌 점은 의외였다. 그는 모든 것을 노력으로 이뤄낸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이룸의 기본이 된 것은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안 교수는 많은 경험을 했는데 대외적으로 알려진 성공스토리 이상의 실패와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그 실패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바꾸어 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점이 아마 안철수 교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는 정확하게 자신에 대한 지지의 실체를 알고 있다. 기성 정치에 지친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지지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일일히 설명할 수 없기에 책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물론 책 역시 모든 이에게 접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후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책이 대선을 위한 출사표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한 공약집인 셈이다. 활자로 이렇게 뚜렷하게 찍힌 내용들을 안철수라는 인간이라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고 구현해낼 것인가.

대선에 나오는 일이 없더라도 이책은 정치를 하려는 이들, 현재 정치를 하는 이들을 떠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그저 당연하게 생각되는 상식들이 외면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들을 다시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은 희망을 가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안철수는 희망을 가져본 사람이고 그 희망을 실현해낸 사람이다. 개인적인 희망을 넘어 국가적인 희망을 그는 실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조금 오래 전 잡지를 만들 때 인터뷰를 위해 이외수 작가를 찾아 직접 강원도 화천을 방문했었다. 작가가 직접 책에 서명과 날인(정확한 표현은 아닐지 모르겠지만..)을 해 주니 이외수 작가가 쓴 책 중에 한 권을 골라야했고 문득 손에 들어온 책이 이책 '칼'이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가서 그런지 독대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참 재미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인터뷰였다. 사실 아침에 자다가 갑자기 불려나간거라 나보다는 외부 인터뷰어가 거의 모든 대화를 했고 옆에서 조용히 듣거나 집구경을 했던 걸로 기억된다. 겨울도 겨울이었지만 도로가 얼어붙을 정도의 화천을 운전해가기는 쉽지 않았었다.

이책의 줄거리에 등장하는 모티브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일본의 전설이 아니었나 싶다. 피를 먹어야 완전한 명검이 탄생한다는 이야기..그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책을 읽어 가는 동안은 칼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무기력한 주인공 박정달에 좀더 마음이 갔다.

무기력한 주인공이라고 적었는데 뭐랄까..박정달이 살아온 삶이나 살아갈 방향을 들여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과 조금은 주인공을 폄하하고픈 생각도 간간히 들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주인공의 무기력과 공상, 환상과 집착이 결국은 내게도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현재의 내 삶이 사실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는 타인의 혹은 외부 환경 때문에 정해져버렸으니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무기력과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 자신만의 이상을 찾아야 한다는 집착.. 그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으로만 보기에는 어쩐지 현실과의 오버랩이 수상쩍다.

박정달은 고지식한..그리고 세상의 원칙에 순응하려는 사람이었지만 소위 그 상식이 실제로는 별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일들만 만들어낸다는데에 반발한다. 이 역시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찾아낸 자신만의 꿈이자 존재 그 자체..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큰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결국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결말은 한편에서는 신파조로 들리지만 한편에서는 애처롭다. 그리고 돌아온 현실의 나를 바라볼때 나는 어떤 칼을 만들고 있는가 묻게 된다. 아니 아직 만들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닐까?



'스파이더맨?' 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만화 아닌가?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 너무 유치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니 우리가 열광하던 트랜스포머나 배트맨, 슈퍼맨 등과 스파이더맨을 차별할 이유는 없었다. 의미심장한 매트릭스도 결국 만화다.

이번에 제작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참 많은 평들이 있다. 많은 평들이 '이전 작'과의 대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그 근본부터 달라지기 때문이지 싶다. 그리고 많은 감상평들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작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에 본 스파이더맨이 유일무이한 스파이더맨이니 오히려 편견이 없어 다행이다 싶었다.

영화의 흐름은 무난했다. 끝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보니 각각이 하나의 영화가 되어도 될만한 줄거리들이 짧게 스쳐가버렸다는 점이다. 감독 입장에서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후속편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가장 반가웠던 것은 마틴 쉰이다. 지옥의 묵시록을 본 이라면 마틴 쉰이 얼마나 강렬한 이미지인지 그리고 연기가 뛰어난지 알텐데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다만 분장의 힘을 빌어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그를 털털한 어느 동네의 할아버지로 만든점은 어쩐지 서글펐달까... 하긴 지옥의 묵시록은 벌써 30년이 넘은 영화다.

다루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어느 이야기가 가장 비중이 클까. 위의 포스터를 고른 이유기도 하다. 영웅물을 애정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나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영웅의 가면을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연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약자에 대해서도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파이더맨은 가면을 벗어 아이에게 건넨다. 이것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명확해진다. '영웅은 없고 인간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랑이 곳곳에서 잘 묘사되고 있어 거미줄이 몸에서 나가네 기계에서 나가네 같은 논쟁은 이미 내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화를 볼 때는 그냥 그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장면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니 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장면장면을 분석하며 따져가는 것은 평론가들에게 필요할지는 몰라도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장애가 될 뿐이다. 

내겐 오히려 이런 영웅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정의의 승리와 전지전능한 주인공보다 인간적인 주인공, 어설픈 정의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밝지만 어설픈 주인공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더 굳힌다. 세계평화와 인류의 구원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감추고 고독한 영웅을 삶을 살아가는 다른 영웅들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더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영웅을 쉽게 비난한다. 영웅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올리고 싶어하는 속성 때문이다. 그점은 영화 안에서도 마찬가지고 영화평을 쓰는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감독은 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영웅을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고 가장 비난을 쏟아 붓던 연인의 아버지가 딸을 그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영웅도 사람일 뿐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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