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사꼬 할머니는 버클리는 참으로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날씨도 좋고, 자유롭고, 여유로운 곳, 내게 버클리에 살면서 글을 쓰라고 권유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주 긍정하는 말은 아니고 적당히 맞장구치는 말을 했더니 후사꼬 할머니가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모든 것은 너에게 달린 문제다. 네가 여기서 살고 싶다면 너는 여기서 살 수 있다."
"아니, 비자문제도 있고."
내 말에 후사꼬 할머니는 누가의 주름이 보이도록 웃으면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반문했다.
"지금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도 한때는 모두 불법체류자들이었아. 그런 건 상관 없어. 네가 살고 싶다면 너는 살 수 있는거야."
그러니까 버클리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은 이처럼 간단했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삶만 알아내면 된다. 그다음에는 그냥 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 김연수 - 여행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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