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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5 12:56 - Snowroad snowroad

雨中山行

비 내리는 날 등산을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물론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것이 꽤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도시 생활이란 애초에 걱정할 것들이 워낙에 많은지라 비가 오면 우산을 쓰거나 가만히 실내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다.


비오는 날 얕은 산이라도 걸어보는 것이 우중산책 기분이 나지 않겠냐는 그녀의 말에 그렇게 묻어 두었던 빗속을 걷는 느낌에 대한 향수랄까.. 멀리 가는 대신 집 근처에 있는 그래도 제법 산 느낌이 나는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집을 나설 무렵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산 초입에 들어설 무렵에는 제법 장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그러고보니 빗속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든 게 얼마만일까. 나름 사진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먼지만 쌓여가는 카메라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도 든다. 산은 언제나 거기에 있으니 내 마음만 있다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마음이 선뜻 동하지 않아 마냥 먼 곳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또한 산이라는 존재였는데.. 굳이 먼 길을 나서지 않더라도 가까운 동네산이라도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이란 워낙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진리를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하루하루 주어진 삶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그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소중하다. 삶의 무게추가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절망해서도 안 되고 구름 위까지 떠 올라있다 해서 기뻐할 일만도 아닌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사소한 일에 감정이 들쑥날쑥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나아졌고 그것을 나 스스로 느끼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삶의 길이 언제나 곧은 길만은 아니기에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풀 하나라도 소중한 나의 인연으로 생각하는 겸손한 자세를 언제나 간직해야 겠다고 생각해본다. 이렇게 산은 내게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볼 이야기들을 건넨다. 초여름에서 본격적인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이 어느 날. 쏟아지는 빗속에서 산은 나에게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냐며 손을 내민다. 


Panasonic LX-7



  1. Favicon of http://photobit.tistory.com BlogIcon 사진조각 2014.06.05 20:15 신고

    어찌 손은 잡으셨나요? 두둥~
    우중산행을 읽고 보니 앞산에 한 손에 우산쓰고 다른 손에는 카메라 들고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기분 좋은 짧은 산행이었는데 갑자기 고양이를 만나서 도망쳐 내려왔어요.
    뭔가 을씬스러운 기분이 확 들면서 말이죠.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6.08 19:12 신고

      네 손을 잡았지요.. ^^
      사실 산은(바다가 되어도 좋습니다만) 언제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우리가 그 손은 선뜻 잡지 못 할 뿐이겠지요. 이제 여름이니 우중산행을 한 번 다녀오셔도 좋지 싶습니다.

  2.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6.06 08:22 신고

    산에서 비를 만나면 낭패인데, 아예 비오는 날 산길을 걷는다면 그건 준비된 상황이니 또 다른 기분이 들 거 같아요. 그것도 꽤 괜찮을 것 같네요^^

  3. 2014.06.07 14:08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6.14 18:21 신고

      말씀하신 대로더군요 ^^..
      SLR을 들고 나간게 아니라서 비라도 맞으면 카메라가 위태로운 지라.. 그것 걱정한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좋았던 걸음이었습니다. 다음에는 SLR을 들고 나가야겠어요.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까요 ^^

  4. Favicon of http://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4.10.13 21:16 신고

    비오는날 산행을 참 좋아했어요
    그 신선함도, 깨끗함도, 고요함도 너무 좋았거든요
    물론 카메라는 몇대나 망가졌지만요~ㅎ
    서브로 lx5를 현재도 사랑하는중~
    괜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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