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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9 20:40 - Snowroad snowroad

[사적 10호] 한양도성 - 창의문

사적 10호는 '한양도성'이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가장 큰 사적이 아닐까 싶은데 서울을 원의 형태로 빙 둘러서 하나의 성을 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한양도성은 서울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일단 오랜 전쟁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곽이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한양도성을 둘러싼 8개의 문은 4대문과 4소문으로 나뉘는데 동쪽의 흥인지문(동대문), 서쪽의 돈의문(서대문), 남쪽의 숭례문(남대문), 북쪽의 숙정문(북대문)이 4대문이다. 이 중에 제대로 남아있는 것은 동대문과 숙정문이다. 서대문은 일제 강점기 때 철거되어 아직 복원이 되지 않았고 한양의 관문인 숭례문은 이전의 화재로 아직 복원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대문 중 흥인지문은 보물 1호, 숭례문은 국보 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4대문을 중심으로 북동쪽에 혜화문(동소문), 북서쪽에 창의문(자하문), 남동쪽에 광희문(수구문), 남서쪽에 소의문(서소문)이 있는데 혜화문은 일제가 철거한 후 복원이 되지 않았고 서소문 역시 일제 때 철거되었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광희문과 창의문이다. 혜화문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아무튼 이 8개의 문을 빙 둘러서 쳐진 성곽이 사적 10호인 한양도성으로 오늘 찾은 곳은 한양의 북서 관문인 창의문(자하문)이다.


멀리 창의문이 보인다. 창의문은 한양의 북서쪽에 있는 문이지만 한양의 실제 북문인 숙정문이 거의 열린 적이 없어 창의문이 북문의 역할을 대신했다고 한다. 숙정문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문이 열리면 한양의 풍기가 문란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닫아 두었다고 한다. 현재 숙정문은 활짝 열려 있는 상태인데 서울의 문란함이 증가되었는지는 알길이 없다.


창의문(彰義門)은 자하문(紫霞門)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렸다고 하는데 보라색 노을을 의미하는 자하가 이 문을 중심으로 많이 보여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창의문은 4소문 중에 가장 보존도가 높은 문으로 1396년 태조 당시 축조된 상태가 거의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1958년 완전하게 보수를 마쳐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위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왕산에서 북악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창의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 이 문의 이용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창의문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목계 즉 나무로 만든 닭인데 추녀에 닭을 매달아두었다는 이야기, 망루에 닭을 올려두었다는 이야기 등 이런 저런 말이 많은데 직접 가서 보니 저게 닭인가 싶어 한참을 바라봐야했다. 창의문은 다른 문들과 달리 항상 열려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문이다. 다른 문들이 닫혀 있거나 접근이 어려운데 반해 이문만큼은 가장 잘 보존이 되고 있음에도 늘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창의문을 시점으로 서울성곽길 코스가 하나 있는데 사진에서 오른쪽에 입구가 있다. 북악산 서울성곽길로 여기는 신분증을 내고 서류를 작성해야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 코스를 따라가지는 않았다. 서울성곽길도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볼만한데 북한산둘레길의 완주가 끝나면 성곽길을 주제로 글을 써볼까 싶기도 하다. 


문의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문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몇백 년의 세월이 지난 것을 생각해보면 이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우리네 조상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교차되었을까 싶어 새삼 느낌이 새롭다. 겨울 햇살에 살짝 몸을 녹이고 있는 작은 문을 바라본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이곳을 찾았다면 좀 더 생동감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지만 역시 겨울에 제 빛을 낼 수 있어야 다른 계절에도 그 빛이 강해지는 법. 


단청의 색은 언제 봐도 참 알록달록한 것이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렇게 보니 닭머리(주: 사실 동물은 머리라고 쓰지 않지만 언어순화를 위해 머리로 적습니다)도 좀 더 잘 보인다. 윗부분은 바람 등의 영향을 적게 받아 색이 온전히 남아 있지만 아래 부분은 색이 조금씩 바래고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천장을 보면 참 잘 짜여진 구조로 지어졌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세월을 지탱하는 힘은 이 뼈대에 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으로 튼튼하게 지어진 틀들이 모진 세파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오밀조밀한 나무들과 그 틈 사이로 오래된 역사가 숨쉬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에 뭔가 현판이 하나 보이는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법 넓어 보이지만 광각렌즈의 효과다. 중앙 부분은 보존 차원에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두고 있다. 가끔 보면 이런 걸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는 분들이 있는데 잠시의 자기 만족을 위해 역사를 후세에 물려주는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본성때문에 사라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은 이 창의문을 뚫고 창덕궁으로 진격했다고 하니 이 문에 서린 피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주위를 맴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새삼스러운 순간이다. 아무튼 영조는 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창의문을 보수하고 저 현판을 매달아 두었다고 한다.


당시 반정공신들의 이름이라는데 가까이 갈 수가 없어 망원으로 당겨보았지만 120mm로는 아주 약간의 글자만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정말 저렇게 이름을 남겨 두고 있다. 문득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한 사람 혹은 한 존재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눈에 보이는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니 역사에 적힌 이름이나 글자들이 진실을 반영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자료: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위키피디아, 다음 백과사전, 서울성곽 홈페이지 등


한양도성 창의문 (彰義門)

1396년 건축 사적 제10호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서울 성곽 홈페이지 



창의문에 가는 길은 도보로는 약간 멀다. 경복궁 역에서 4번 출구로 나온 다음 경북궁 돌담길을 끼고 그대로 직진하면 되는데 대략 2km정도의 거리로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 소요되므로 경복궁 역에서 버스를 타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내리는 교통편을 이용해도 좋다. 


창의문으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다. 121사태 당시 종로경찰서장으로 근무하다가 김신조 일당의 총격으로 사망한 분이다.


창의문 입구에서 만날 수있는 청계천 발원지를 알리는 표지다. 예전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 가본 적도 있지만 정말 강의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끝은 창대한 것같다. 발원지 표지만 보고 약수터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지만 다음 번 걸음으로 이 또한 미뤄둔다.

걷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참 많은 것을 준다. 무엇보다 세상을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큰 것이라 생각된다. 틀 안에 갇혀 있어서는 변화를 줄 수 없다. 물론 그 변화의 끝에 행운이 함께 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문밖으로 나가 세상과 마주하지 않으면 삶 자체가 경직될 가능성이 많다. 올해 들어 이곳저곳을 온전히 내 발 끝으로 걸어보면서 드는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다.

올해의 마지막 산행을 준비해본다. 어디를 가야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그날이 되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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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효자동 | 창의문(자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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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2.12.29 21:49 신고

    마지막 두 사진이 굉장히 찌그러진 상태로 보이는데 무슨 문제일까요.
    클릭하니 정상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

    이곳은 가 본적이 없어서 신선한 기분으로 천천히 사진과 글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저는 저 목계가 너무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듯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죠.
    고려시대나 조선 초기 건축물들을 보면 '목계가 안보이니 부드럽고 좋구만'하는 생각도 하고...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29 22:19 신고

      아..사진을 위에서 복사했다가 아래로 내렸는데 그 과정에서 뭐가 꼬인 모양이에요. 이 스킨으로 넘어오면서 제가 이것저것 손을 좀 댔는데 해결 안 된 부분들이 몇 가지 있더군요..^^;

      네 사실 저게 닭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보통 매달려있는 녀석들이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저건 좀 날카롭다 싶었거든요. 왜 닭을 매달았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이 나뉘고 있더군요 ^^

  2. 2012.12.30 01:29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4 신고

      도시공학 쪽을 전공하셨나봅니다. ^^ 현대 건축물도 그렇겠지만 과거의 건축물들은 기능은 물론이고 철학까지 반영해야 했으니 현대의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전공책은 저도 얼마 전까지 제법 있었는데 이젠 몇권 남지 않았네요

  3. Favicon of http://frengers.tistory.com BlogIcon frenger.me 2012.12.30 12:36 신고

    북한산 둘레길 다음에 왠지 서울 성곽길을 도실 것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듯 해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4 신고

      서울성곽길은 아무래도 도시 내부에 많아서 자주 가게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아마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가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괜찮은 코스같습니다. ^^

  4.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2.12.30 13:45 신고

    닭머리가 닭머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서울 성곽에서 북대문도 남아 있다는 것은 snowroad 님 글 보고 처음 알았어요. 광화문에서 경희궁까지 한 번 날 잡고 걸어보고 싶네요.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5 신고

      숙정문은 한번 가볼 생각이에요. 대체 왜 그 문이 열리면 한양이 풍기문란해진다는 것인지 궁금하거든요 ^^ 닭머리는 저게 닭이다라고 최면을 걸어야 닭처럼 보입니다..^^;

  5. Favicon of http://funnycandies.tistory.com BlogIcon 소심한우주인 2012.12.31 10:18 신고

    요즘 저런 색을 쓰면 촌스럽다 생각할 것 같은데
    예전 우리의 색들을 보면 전혀 촌스럽지 않단말이지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6 신고

      그쵸 ^^ 아마 당시에도 저런 색들은 약간 파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건축물을 빼면 저렇게 화려한 색상을 쓰는 것은 왕족의 의복 정도일까요. 아무튼 우리의 색 참 좋습니다.

  6.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 2012.12.31 10:50 신고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금년 한해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7 신고

      올 한 해 저도 덕분에 참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요.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사진,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

  7. Favicon of http://goleemw1.tistory.com BlogIcon 멀바띠 2012.12.31 15:15 신고

    다가오는 2013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옆에 비치된 소화기들 보니
    몇년전 불타버린 남대문이 얼핏 생각나네요ㅠ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8 신고

      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남대문 복원 때문에 요즘 말이 많네요.. 참 지켜야할 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8. Favicon of http://iamdevivre.tistory.com BlogIcon 롤패 2012.12.31 16:11 신고

    악, 열심히 찾아봤는데 도통 못찾겠습니다. ^^;;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니 천정과 석까래에 닮의 머리를 한 봉황이 있다고 하는데 도통 안보이는군요. ^^

    일전에 한번 관련 내용을 다루고는 도통 다시 접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기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따뜻한 겨울 나시길 바랍니다. 따뜻하게요~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49 신고

      저 사진 중간에 뾰족하게 두 개가 앞으로 나온게 목계입니다. 이게 다른 건축에서는 화려한 봉황이 달려 있는데 창의문에는 지네를 막는다는 의미를 두어서 닭을 달아두었다고 하네요 ^^

      올 한해 롤패님도 수고 많이 하셨구요 ^^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합니다

  9. w.샤우드 2012.12.31 18:27 신고

    스노우로드님 글을 읽다보면 현장으로 마구 달려가고 싶은 충동질이 일어납니다^
    늘 그런 충동질 현실로 옮기지 못하니 참으로 애석하구요..
    다만 마음만으로도 이렇게 누릴수 있는 복에 감사와 기쁨 드리고 싶어요 그간..
    이제 새해..
    더욱 복받으실 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하시는 일, 소망, 건강 모두 잘 되시길 기원드려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31 20:51 신고

      저도 샤우드 님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짧게 쓰시는 글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만드시는 분이라..^^;

      이제 새해가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무엇보다 건강 유의하시고 멋진 1년 만드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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