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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8:44 - Snowroad snowroad

[국보 84호] 백제의 미소를 찾아서 - 서산마애삼존불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알려져 있는 이 불상의 정확한 명칭은 '마애여래삼존상(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불상과는 조금 다른 점은 역시나 불상이 웃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곳에 있는 삼존불이 웃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딱히 정답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저 앞에 서게 되면 대부분이 사람들이 미소를 짓게 된다. 먼저 나를 바라보고 웃는 얼굴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이 불상이 새겨진 것은 대략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초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6세기라면 백제는 성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왕이 되어 이름에 어울리게 백제를 중흥시킨 시기다. 당시 백제는 중국의 남조(송,제,양,진의 4나라)와 활발한 교류(당시 백제의 수도는 부여)를 했다고 하는데 그 교류의 중심이 된 지역이 바로 이곳 태안반도의 서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불상은 백제민의 안전과 풍요를 비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6세기면 벌써 1,500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상의 상태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데(물론 관리가 제대로 되네 안 되네하는 시비는 있었다) 불상이 새겨진 위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불상을 둘러 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위들도 그렇고 사진에서는 잘 느낄 수 없지만 불상이 새겨진 바위 자체가 앞면으로 80도 가량 기울어져 있어 외풍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재질이건 바람과 물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운데도 이 불상이 여전한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그런 과학이 반영된 것인 셈이다. 우리네 선조들(동서양을 막론하고)의 건축 기술을 보면 참 불가사의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은데 마애삼존불 역시 치밀한 연구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세 분의 미소는 태양의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띄게 되는데 이게 참 재미있으면서도 신비로운 부분이다. 어떤 때는 잔잔한 미소 같고 어떤 때는 호탕한 웃음 같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왼쪽은 '제화갈라보살입상'이고 오른쪽은 '미륵반가사유상' 그리고 중앙은 '석가여래입상' 이렇게 '삼존'이 배치되어 있다. 석가여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를 신성하게 부르는 말이며 제화갈라보살은 석가에게 나타나 그가 미래에 성불할 것이라 알려준 부처를 말한다고 한다. 미륵반가사유상은 석가의 뒤를 이어 부처가 될 보살이라 하니 이곳에 수행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온전히 담겨 있는 셈이다. 이 삼존이 한 자리에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는데 이곳에 이렇게 함께 새겨진 데에는 무언가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본다.

   
이곳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리 수월치만은 않은 편인데 그래도 막상 올라가 저 미소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멀리서 오느라 수고 많았어"라는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조금 오래 전에 다녀온 곳이고 당시는 사진을 많이 담지 않았던 탓에 상세한 묘사를 더 보여드릴 수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마주하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은 겨울이어서 그 변화가 더 커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햇살 자체가 그리운 시간이어서 그럴까 차가운 돌 위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참고자료: 문화재청 홈페이지, 문화유산콘텐츠지도, 위키피디아 
참고서적: 한영우, 다시 찾는 우리 역사, 경세원, 2004 

서산 마애삼존불(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 

시대 : 백제, 6세기 후반 추정, 국보 제84호 
주소 :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2-10 
국보 지정 : 1962년 12월 20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32번 국도-당진방면)→운산(우회전-647번 지방도)→가야주유소 삼거리(좌회전- 609번 지방도)→서산마애삼존불 차가 있다면 위와 같은 코스로 찾아가는 것이 무난하다. 주변에 개심사도 있으니 같이 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마애삼존불로 가는 길은 험하다면 험한 길인데 아마 찾아갔던 시기가 겨울이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계절에 이곳을 찾는다면 조금은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불이문을 바라보고 계단을 오른 다음 조금 더 위로 걸어올라가면 되는데 주변의 풍광도 제법 마음에 든다.
  먼 발치에서 바라본 삼존불로 향하는 길목이다. 오른쪽 위로 불이문(不二門)이 보인다. 불이문은 사찰을 자주 방문하신 분들이라면 낯이 익으실텐데 해탈문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은 상대 차별을 없애고, 절대 차별 없는 이치를 나타내는 법문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즉 모든 것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로 이문을 들어서는 사람은 두 마음을 갖지말고 오로지 불도를 닦는 한가지 마음을 가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두 마음을 먹지 말고 하나에 정진한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삼존불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불이문. 복잡한 세상의 번뇌를 지우고 삼존불과 마주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도 하다. 이 문을 지나지 않으면 오를 수 없기에 이 작은 틈을 지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문이 던지는 화두에 나는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까 아니 무어라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선뜻 그 답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렇게 불이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마애삼존불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국사 교과서에서 자주 만나던 그 이미지가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진다.
  국보건 사적이건 혹은 보물이건 2차원의 지면에서 접하다가 직접 그것들을 마주하는 느낌은 분명 남다르다. 때로는 오히려 사진으로 볼 때가 더 나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눈으로 보고 그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큰 경험이 된다. 

 Nikon D300, AF-S DX Nikkor ED 17-55mm f2.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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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 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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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jddk857.tistory.com BlogIcon 나는나니까 2012.11.05 19:05 신고

    우리나라의 국보 잘보고 갑니다^^

  2. w.샤우드 2012.11.05 20:11 신고

    삼존불의 미소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미소의 완결점인 것 같에요..^

  3. 2012.11.06 09:1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07 09:11 신고

      네 이곳은 몇년 전에 다녀온 곳인데 다행히 사진이 남아있어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유산 쪽 글은 워낙 업데이트가 느릴 거를 예상하고 있지요 ^^

  4. Favicon of http://iamdevivre.tistory.com BlogIcon 롤패 2012.11.06 10:32 신고

    강화 답사를 가기 전 왜 우리는 답사를 가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정답을 이곳에서 보게 되는군요. ^^

  5.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 2012.11.06 10:53 신고

    삼존불의 웃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네요.
    글을 읽어가며, 덕분에 좋은 공부 했습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07 09:12 신고

      저도 글을 쓰면서 많이 배웁니다. 유산 쪽 글은 장소를 정하고 나가기 전에 미리 공부를 좀 하고 가야할 거 같더군요

  6.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2.11.07 11:28 신고

    덕분에 국보의 인상적인 모습 너무 잘 보구 갑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닷..!!

  7.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2.11.08 19:11 신고

    저 미소를 실제로 짓는 사람과 만나면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아질 거 같아요 ㅎㅎ

  8.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2.11.08 23:02 신고

    딱 한번 가본적이 있는 곳이군요.
    평소 불상에 갖고 있는 이미지에 비해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게 그렇게 오래 됐는데도 질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게 더 신기했는데
    말씀하신것 처럼 설명을 듣고 나니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천재인가'하는 생각을 했었죠.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09 17:37 신고

      한편 생각해보면 우리 이전에 뭔가 또 다른 문명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라는 것도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으니까요.. 예전 유물들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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